100년만에 실현된 고애신의 꿈…"독립된 조국에서 다시 봅시다"

by김관용 기자
2023.04.10 16:23:54

'미스터 션샤인' 황기환 지사 유해, 대전현충원 영면
미국 뉴욕 출발해 인천공항 도착
보훈처장·독립유공자 후손 등 영접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 역의 실존 인물인 황기환 애국지사(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 유해가 10일 고국으로 돌아왔다. 드라마 상에서 배우 김태리씨의 역 고애신의 마지막 대사 “독립된 조국에서 다시 봅시다(see you again)”가 황 지사 순국 100년 만에 실현된 것이다.

(사진=tvN 미스터션샤인, 보훈처)
황 지사의 유해는 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출발해 10일 오전 9시 대한항공 KE 086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박민식 보훈처장과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직접 공항에 나가 황 지사 유해를 영접했다. 이회영 선생의 후손인 이종찬 우당교육문화재단 이사장, 김구 선생의 후손인 김미 백범김구재단 이사장, 윤봉길 의사의 후손인 윤주경 국회의원, 김좌진 장군의 후손인 김을동 전 국회의원, 안중근 의사 가문의 후손인 안기영 선생, 임시의정원 의장 손정도 목사의 후손인 손명원 선생, 독립유공자 윌리엄 린튼의 후손인 인요한 보훈정책자문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황 지사 유해는 운구 차량을 통해 대전현충원으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 2시 현충탑 앞에서 유해 봉환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황 지사는 독립유공자 7묘역에 안장된다. 박 처장은 봉환사에서 “독립된 조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인생의 가장 빛나는 청춘, 하나뿐인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지신 황기환 지사님과 같은 선열들이 계셨기에 우리는 마침내 광복의 위대한 역사를 이룰 수 있었다”면서 “백 년의 긴 여정 끝에 고국으로 돌아오신 황기환 지사님을 지금부터 대한민국이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고 밝혔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역의 실존인물인 황기환 애국지사의 유해 영접식이 10일 인천공항 계류장에서 진행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황 지사는 1886년 4월 4일 평남 순천에서 태어나 19세가 되던 1904년 증기선을 타고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입항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1918년 5월 18일 미군에 자원입대해 참전했다. 종전 후 유럽에 남은 황 지사는 1919년 6월 파리로 이동해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개최되는 평화회의에 참석하고자 파리에 온 김규식을 도와 대표단 사무를 지원하고 임시정부의 파리위원부 서기장으로 임명돼 독립 선전활동을 벌였다.



1921년 미국에서 워싱턴회의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한 뒤 전 세계에 식민지 현실을 알리고자 미국으로 장소를 옮겨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황 지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위원으로 조국의 독립과 해외 거주 한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이어오다 1923년 4월 17일 뉴욕에서 심장병으로 순국해 마운트 올리벳 묘지에 묻혔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역의 실존인물인 황기환 애국지사의 유해 영접식이 10일 인천공항 계류장에서 진행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황 지사의 묘소는 순국하고 85년이 지난 2008년 뉴욕한인교회 장철우 목사에 의해 발견돼 알려졌다. 국가보훈처는 황 지사의 유해 봉환을 위해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족보나 유족을 확인할 수 있는 공적 자료가 확인되지 않아 법원 승인을 받지 못했다. 국가보훈처와 뉴욕총영사관의 적극적인 설득과 노력을 통해 뉴욕 마운트 올리벳 묘지 측과 올해 1월 31일(현지시간) 파묘에 전격 합의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역의 실존인물인 황기환 애국지사의 유해 영접식이 10일 인천공항 계류장에서 진행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