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n번방 막는다"…서울시, 디지털성범죄 안심센터 운영
by김기덕 기자
2022.03.29 14:50:42
긴급 상담·고소장 작성·심리치료 등 원스톱 지원
영상물 삭제 지원…경찰청 추적시스템도 연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올해 20살이 된 이가연(가명)씨는 채팅앱을 통해 만난 가해자가 자신의 사진을 보며 ‘너무 예쁘다’며 대화를 시도하고 기프티콘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연락이 와 단톡방으로 이동해 대화를 나눴다. 몇 개월 간 이씨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환심을 산 가해자는 이후 이씨의 얼굴이 보고 싶다며 얼굴 사진부터 시작해 속옷만 입은 사진 등 점차 수위를 높여가며 성적인 사진과 영상을 요구했다.
이 씨가 가해자의 요구를 거부하자 그는 그동안 찍은 사진, 영상들을 친구들과 SNS에 다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이씨는 그를 경찰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이후 과정이 쉽지가 않았다. A는 처음 해보는 경찰 신고에 고소장은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변호사는 어떻게 선임해야 하는지, 삭제는 어떻게 요청해야 하는지 혼자 검색하며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일이 너무 난감하기만 했다.
서울시가 제2, 제3의 n번방 피해를 막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통합 지원하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를 개관했다고 29일 밝혔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2년이 지났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2020년 전국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발생은 9549건으로, 이 중 서울시가 26%(2532건)를 차지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역시 2020년 444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103%(218건)나 급증했다.
이에 시는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안심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이 곳에서는 긴급 상담부터 고소장 작성, 경찰 진술동행, 법률·소송지원, 삭제지원, 심리치료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그동안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 했던 온라인에 유포된 영상물·사진 등을 삭제하는 것을 지원한다.
|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주요 지원 내용.(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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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개발·운영 중인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공동 활용해 피해 영상물을 신속하게 삭제·지원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삭제지원이 훨씬 신속하게 이뤄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AI(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해 피해 영상물을 삭제하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AI가 피해 영상물을 학습함으로써 불법 성인 사이트 뿐만 아니라 SNS 등 인터넷 전체에 유포된 영상물을 빠르게 식별하고 효율적으로 삭제 지원하는 기술이다.
피해자 지원도 대폭 강화한다. 시는 피해자들이 24시간 신고·긴급 상담이 가능하도록 상담 전용 직통번호를 신규로 개설했다. 또 부모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카카오톡(검색: 지지동반자0382)을 통한 긴급 상담 창구도 운영한다. 피해 신고 시 경찰 수사 동행 및 부모상담, 심리치료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센터 개관 후에는 ‘디지털 성범죄 전담 법률지원단 및 심리치료단’ 100인을 발족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 법률·소송지원(1건 165만원) 및 심리치료 비용(1회 10만원·10회)을 무료로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관호 서울경찰청장, 시민,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전문가, 유관기관 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동작구 서울여성가족재단 내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에서 현판식을 진행했다.
오 시장은 “우리 사회에 n번방 사건이 알려진 지 2년이 흘렀지만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며 “디지털성범죄 예방에서부터 삭제지원, 심리치료 등 사후지원까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주요 시설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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