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만 수백여곳인데 ‘툭’하면 파업..“노란봉투법 입법 철회해야”
by박민 기자
2023.05.25 16:31:18
경총·주요 30개 업종별 단체 긴급 기자회견
사용자 확대에 원·하청 산업생태계 붕괴 우려
“산업 현장에 ‘파업 만능주의’를 만연케 할 것”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즉각 중단해야
[이데일리 박민 기자] “아파트 건설의 경우 전기, 배관, 골조 등 각 분야의 협력업체 수백개사가 모여서 공사를 진행하는데 수백여곳의 하청업체가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면 정상적인 경영활동 불가능합니다. 특히 아파트 건설 중단 시 입주민에까지 피해가 갈 수 있는데 이걸 누가 책임집니까.” (대한건설협회 관계자)
경영계와 산업계가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 본회의 상정을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제3조 개정안)에 대해 입법 철회를 촉구하며 총력 저지에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대한석유협회, 한국철강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국내 주요 30개 업종별 단체는 2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노란봉투법)은 우리 기업과 경제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어 국회 본회의 상정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대한석유협회, 한국철강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국내 주요 30개 업종별 단체들이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법 개정’을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사진=경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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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은 사용자·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해 쟁의행위 대상 및 범위를 넓히고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이나 가압류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발의된 법안이지만 경영계는 노동쟁의 개념 확대로 인한 ‘무분별한 파업’은 물론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제한으로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영·산업계를 비롯해 여당과 정부에서도 이 같은 우려로 노란봉투법 입법을 반대하고 있지만 전날인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거야(巨野) 단독으로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직회부’ 안건을 처리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거야(巨野)가 직회부 일방독주에 나선 것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방송3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및 의료법 개정안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날 공동성명 발표에 나선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국내 제조업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업종별로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원청 기업들을 상대로 끊임없는 쟁의행위가 발생한다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는 붕괴될 것임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하청업체만 4000여곳이 넘는 자동차업계는 개정안으로 노사 결속력이 끊어지며 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자동차업계는 최근 100년 만에 맞이하는 세계적인 산업 대(大)변혁기를 맞고 있다”며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신(新)모빌리티로 바뀌는 일대 변혁에서 노사간 힘을 합치고 상생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개정안(노란봉투법)으로 산업현장에 불안을 야기하면 지금껏 이뤄놓은 성과가 무너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송유종 한국석유화학협회 상근부회장은 “석유화학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공장을 짓거나 정기적인 시설 유지보수를 하는데 대부분 하도급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대로라면 지금보다 단체교섭 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돼 사실상 1년 내내 쟁의행위 대응에 시간을 할애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피력했다.
| 이동근(왼쪽 두번째)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2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본회의 상정 중단 촉구 업종별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경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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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정안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손해배상 책임 제한하고 있어 산업현장에 ‘파업 만능주의’를 만연케 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경총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단체교섭 거부시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둘러싼 법적분쟁 남발이 우려된다”며 “우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정하면 ‘툭’ 하면 파업을 하는 하청을 피해 원청기업이 국내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고 해외로 이전할 경우 국내 중소 협력업체가 도산하면서 고용 감소는 물론 국내 산업 공동화 현상까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가장 큰 우려다.
이 부회장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투자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고도의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고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사실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어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국회는 개정안 심의를 중단하고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재앙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