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은경 기자
2023.02.22 17:06:12
현대모비스, 특별성과금 요구에 사장실 점거
'기득권·귀족노조' 오명에 MZ세대 노조 출범
"툭하면 파업해서야"…노사문화 성숙 언제쯤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현대모비스 노동조합이 22일 오전 약 1시간 30분 동안 본사 1층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월급이 밀리거나 갑작스러운 근무지 변경으로 가족과 생이별해 벌어진 갈등이 아니다. 지난 20일 지급한 300만원의 특별성과금이 문제였다. 같은 현대차그룹에서 최대 실적을 낸 현대차·기아 직원들보다 100만원 부족하다는 게 농성의 이유다.
이쯤 되면 그동안 ‘성과금’ 뜻을 잘못 알고 있었나 착각이 든다. 성과금이 ‘업무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돈’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도 있다는 뜻이다. 노조도 이를 몰라서 성과금을 더 달라고 주장하는 건 아닐 것 같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각각 영업이익 9조8000억원, 7조233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같은 성과금을 요구하는 현대모비스 실적을 보자. 매출은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었지만, 영업이익은 2조265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줄었다. 이번 성과금 대상에서 빠진 현대제철 실적은 더 직관적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61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하락했다.
노조가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다면 ‘기득권’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이유도 없다. 임금은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성과금은 무조건 줘야 하는 돈이 아니다. 기본급의 1000%, 연봉의 50%, 자사주까지. 연초 쏟아지는 기업들의 성과금 지급 소식을 보며 ‘현타(현실 자각 시간)’를 느꼈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배부른 소리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이런 여론은 쌓이고 쌓여 ‘귀족노조’라는 손가락질로 귀결된다.
최근 ‘MZ(밀레니얼+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출범했다. 기존 노조에 염증을 느껴 “노조가 노조다우면 좋겠다”고 한다.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근거 없는 시위와 파업을 지양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산업현장을 일군 선배들이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후배들 앞에서 지난 세월을 반추해 성숙한 노사문화를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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