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제안 내려갔지만…마트 의무휴업 ‘진통’ 계속

by권효중 기자
2022.08.04 16:40:33

정부, 규제심판회의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올려
지난 1일 국민제안 철회 이후에도 추진 의지 ‘계속’
마트 노동자들 “노동자 건강권·‘쉴 권리’ 보장해야”
소상공인도 “골목상권 상생 무시해선 안돼”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윤석열 정부가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관련, 첫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영업시간과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들여다본다. 마트 노동자들과 소상공인 등은 이미 한 차례 ‘국민제안’이 무산됐음에도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4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마트 노동자들은 4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도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정책 결정에 마트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21일 국민이 직접 참여, 투표를 통해 국정 과제에 반영한다는 ‘국민제안’을 열어 총 10개의 정책을 투표에 붙였다. 열흘 간 가장 많은 표를 얻은 3개를 국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이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57만7415개의 ‘좋아요’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1일 대통령실은 중복 투표, 해외 IP 등을 통한 접근 등이 이뤄져 여론 왜곡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투표 결과 채택을 취소했다.

‘국민제안’ 형식을 빌리는 대신 정부는 따로 회의를 열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검토에 나섰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첫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월 2회 의무휴업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규제심판회의는 건의자, 현장 이해관계자, 부처 등에서 의견을 내놓으며 온라인 토론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마트 현장의 노동자들은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마트 노동자의 ‘쉴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며, 이미 과로사 판정 기준에 근접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휴식권’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날 대통령실 앞엔 마트 노동자와 더불어 소상공인단체와 시민단체들까지 모여 정부의 마트 휴일 폐지 추진을 비판했다. 강진명 서비스연맹 유통분과 의장은 “국민제안이라는 어설픈 인기투표를 포기한 이후에도 구성원이 공개되지 않은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폐지를 졸속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열리는 규제심판회의의 ‘이해 당사자’로서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측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단 점도 지적했다. 강 의장은 “월 2회 휴무는 마트 노동자들에게 가족, 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고 유령 취급받지 않음을 확인하는 날”이라며 “노동자들의 이러한 권리를 무시하는 정부는 유통 재벌의 이윤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 역시 ‘상생’이라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어떤 정책을 내고 있냐”며 “그나마 골목 상권을 보호해온 최후 보루였던 의무휴업마저 폐지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편 서비스연맹은 규제심판회의의 결과를 주시하며 현장 노동자, 시민단체와 소상공인 관련 단체 등과 함께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대통령실에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며 항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