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후려치기' 막았지만 성 안차는 주택업계
by박종화 기자
2021.11.08 17:13:29
단지 규모·교통여건·이주촉진비 등 택지비에 반영
지자체 '기본형 건축비' 임의 삭감에 제동
법적 구속력 부족..국토부 행정지도 해야
민간 사전청약 2만200가구 확보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택지비와 건축비 원가에서 일정 범위 이상 이윤을 붙여 분양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 손질에 나섰다. 분양가 예측 가능성을 키워 주택 공급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주택업계에선 여전히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국토부는 8일 ‘분양가 상한제 심사 매뉴얼’을 공개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분양가 상한을 책정하는 기준이 되는 택지비와 건축비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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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민간 주택 업계에선 지자체별로 택지비·건축비 심사 기준이 달라 분양가가 불합리하게 산정되는 일이 생겼다고 비판해왔다. 지자체에서 매긴 분양가 상한이 지나치게 낮다며 아예 분양을 미루는 단지도 속출했다. 분양가 책정 기준이 명확해지면 이런 불만이 잦아들고 주택 공급도 원활해질 것이란 게 국토부의 기대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민간택지 택지비를 산정할 땐 단지 규모나 용도지역, 교통 여건 등 개별 입지 특성을 지금보다 구체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지역별로 20개가 안 되는 표준지(개별 필지 공시지가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땅) 공시지가에 맞춰 택지비를 깎아내린다는 비판을 받아들였다. 토지 수용비·이주 촉진비 등 택지 조성에 들어가는 실비도 택지비에 포함되도록 명시됐다.
건축비도 지자체가 임의로 조정하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국토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를 지자체가 제대로 된 절차 없이 깎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건축비 가산비(주택 구조 강화·성능 개선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항목별로 인정·불인정·조정 여부를 적시했다. 건축비 가산비는 지자체별로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민간 주택 업계 불만이 특히 컸다.
주택 업계에선 국토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서 건의한 내용은 상당 부분 반영된 것 같다”면서도 “아직 매뉴얼은 매뉴얼이다. 법적 구속력이 부족하다. 지자체가 매뉴얼을 따를 수 있도록 국토부가 행정지도 등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지자체가 임의로 건축비를 깎을 수 없도록 하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이 쾌적한 주거를 할 수 있도록 특화설계에 대한 가산비 항목을 명확히 하고 폭 넓게 인정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매뉴얼이 분양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매뉴얼 제정 취지나 내용을 보면 기존보다 분양가 반영 항목을 확대하고 지자체가 임의로 분양가를 억누르는 걸 막는 방향으로 해석되기 쉽기 때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 공급자 측면에서 공급을 활성화할 요인이 되지만 수요자 부담은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번 매뉴얼 제정으로 민간주택 사전청약(본 청약보다 2~3년 앞서 실시하는 청약)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국토부는 연말부터 공공택지 내 민간아파트에서도 사전청약을 진행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선 민간 사업자가 제시한 추정 분양가를 분양가 상한제에 맞춰 심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분양가 상한제 심사 매뉴얼을 바탕으로 ‘추정 분양가 검증 매뉴얼’도 마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현재 민간 아파트 사전청약 물량으로 2만2000가구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