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혼돈에 빠진 美…범죄는 늘고 건강은 악화

by조민정 기자
2020.12.30 14:52:35

인종차별 시위·팬데믹 등 복합적 이유
경찰 사기 저하, 법원 재판도 일시정지
미국인 성인 3분의 2이상 과체중·비만

지난 6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과 관련해 열린 인종차별 반대 시위(사진=AFP)
[이데일리 조민정 인턴기자] 코로나19 발발 1년, 미국 사회는 말 그대로 ‘혼돈의 세상’이 됐다. 범죄 사건 발생률이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집 콕’으로 인한 건강악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살인사건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11월 말 기준 뉴욕시(市) 총격사건은 1359건이었는데, 이는 698건 발생했던 작년 동기 대비 거의 100%가량 급증한 수치다. 총기 난사 피해자 수도 828명에서 1667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시민단체 경찰행정연구포럼의 척 웩슬러 국장은 “코로나 대유행(펜데믹)과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반(反) 인종차별 시위 등 지역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우리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한 해를 보냈다”며 “이건 가연성 혼합물이다. 경찰은 다양한 방면으로 이걸 대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뉴욕시경 제시카 맥로이 대변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찰관들이 늘어난 데다 대규모 시위와 약탈과 관련해 경찰 인력이 재배치됐다. 이런 복합적 요인이 미해결 범죄 건수의 증가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살인·강간·폭행·절도 등 중대 해결 건수가 감소한 영향도 컸다. 뉴욕경찰국(NYPD)에 따르면 올 2분기 중대범죄 해결은 26.3%에 그쳤다. 지난해 35.8%와 비교해 26.5% 감소한 수치다. 존 제이 형사범죄 전문대학의 크리스토퍼 허먼 교수는 “팬데믹과 더불어 예산 삭감, 인력 감축, 부상 증가는 아마 경찰의 사기를 떨어뜨렸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에 따른 마스크 착용이 범죄 증가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허먼 교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익숙해졌다. 확실한 건 마스크 착용으로 범죄자들은 익명성을 보장받게 됐다”고 했다.



법원 역시 멈추면서 사건 해결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요인 중 하나다. NYT는 현재 많은 사건이 지연되면서 새로운 재판은 거의 열리지 않아 법원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로드니 해리슨 뉴욕시경 수사과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은 법원이 다시 재판을 재개하면 우리는 아주 많은 업무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민의 건강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미국 성인 3분의 2 이상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비만과 당뇨, 기타 관련 질환들은 코로나19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 미 정부가 ‘미국인을 위한 식습관 지침’을 개정해 설탕과 알코올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한 이유다.

과학조사위원회는 알코올 섭취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크다면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매일 알코올 1잔만 마실 것을 권장했다. NYT는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이롭다는 기존의 개념에서 후퇴한 지침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9만 4860명이며 누적 확진자 수는 1997만 7704명이다. 특히 이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더해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