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이라도 로봇이 운용 `척척`..비대면 일임 로보어드바이저 출시
by전재욱 기자
2019.04.17 15:31:50
비대면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계약 서비스 출시
디셈버앤컴퍼니운용 `핀트`·쿼터백운용 `쿼터백`
KB증권 오픈API 제공하고 10개월 준비한 결과
"AI 견인 운용산업 발전 기대"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자산 규모가 소액이라도 비대면으로 인공지능(AI)에 운용을 맡길 수 있는 서비스가 선보인다. 이로써 그동안 거액 자산가 중심으로 이뤄져 온 자산 일임 서비스 저변이 전반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은 17일 비대면으로 투자일임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안드로이드용) ‘핀트’(FINT)를 출시했다. ‘나에게 맞는 똑똑한 투자’(Your Financial Intelligencd)를 모토로 삼은 이 앱은 이날 자정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공개됐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방문하지 않고 증권계좌를 만들어 투자 일임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계좌개설 △투자 일임 계약 △운용지시 △투자금 입출금 등 업무를 앉은 자리에서 처리할 수 있다.
송인성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부대표는 이날 금융투자협회에서 연 간담회에서 “사회 초년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모두 소액이라도 쉽게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핀트’”라며 “투자 가치판단이나 투자 자산 비중 재조정과 같은 부분을 로보어드바이저에게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핀트는 기존 투자일임 서비스보다 진입 장벽을 낮췄다. 우선 서비스 이용 최소 금액이 20만원부터라서 상대적으로 소액이라도 일임 계약을 맺는 데 부담이 적다. 아울러 수익이 나지 않으면 투자일임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소액에서 손해가 나더라도 수수료 지출에 따라 손실 폭이 커질 우려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다. 송 부대표는 “`무수익, 무수수료` 정책은 일회성이 아니라 핀트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쿼터백자산운용도 비대면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를 담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쿼터백`을 이르면 이날 출시했다. 쿼터백은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 투자성향을 분석해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포트폴리오는 개인별 위험성향에 맞게 8단계로 구성된다. 고객은 투자성향에 맞는 상장지수펀드(ETF)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선택해 운용 지시를 내리면 된다. 예컨대 8단계 가운데 가장 안정형 `스마트세이버` 포트폴리오는 은행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 언제든지 환매할 수 있어서 현금을 모으거나 자금을 단기간으로 운용할 때 적합한 식이다.
장두영 쿼터백자산운용 대표는 “쿼터백은 2015년부터 꾸준히 준비해 기술력을 검증받은 결과물”이라면서 “기존 펀드보다 수수료는 낮으면서 소액으로도 누구나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어 장기 투자하기에 적합한 서비스”라고 밝혔다.
비대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전날 관련 규정을 다듬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현실화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덩치가 작은 자산운용사라도 해킹방지책 등을 마련하면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 박정림(왼쪽) KB증권사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서 열린 ‘KB증권 OPEN-API 기반 비대면 투자일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출시 기념식’에서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대표와 서명 교환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KB증권) |
|
이에 앞서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쿼터백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KB증권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투자일임 계약에 필요한 금융플랫폼 개발을 준비해왔다. KB증권은 두 회사에 자사 플랫폼을 개방해, 증권사와 운용사 모두가 고객을 확보하는 길을 마련했다. 협업으로 양측과 KB증권 모두가 상생한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 전반에서도 해당 서비스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시중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고액 자산가가 아니면 받기 어려웠던 일임 계약 서비스가 소액 투자가로까지 확대되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방향”이라며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운용산업 발전 한 축을 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남았다. 두 회사 앱은 안드로이드용으로만 개발돼 아이폰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양측은 이르면 내달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을 계획이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증권사 대상을 넓히는 것도 숙제다. 일임 계약을 맺으려면 우선 증권계좌를 필수로 만들어야 하는, 현재는 계좌를 틀 수 있는 곳이 KB증권이 유일하다. 현재 대신증권과 삼성증권 등 복수 증권사와 서비스 제휴를 추진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