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트] 청약통장 필요 없다고? 전문가 ”오 노!“

by조철현 기자
2019.01.31 11:33:28

무주택자 위주 청약시장..1주택자 ‘통장 무용론’ 확산
통장 가입자 줄고 해지 늘어
"1주택자, 그래도 통장 유지하는 게 낫다"

◇청약제도가 무주택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1주택자 사이에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퍼지고 있다. 북위례신도시의 첫 분양 단지인 ‘위례포레자이’ 모델하우스를 찾은 주택 수요자들이 청약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철현 부동산전문기자] 주택 청약통장을 해지할까, 유지할까? 해묵은 질문이고, 답변도 명쾌하다. “해지하지 말라”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또다시 던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요즘 들어 집을 한 채 이상 가진 유주택자들 사이에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청약통장을 없애는 유주택자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예금·부금, 청약저축) 가입자 수는 2442만9375명으로, 전월보다 1만3153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11월 7만8857명이 증가한 것에 비하면 83% 급감한 셈이다. 11월 2441만6222계좌였던 청약통장은 10월 2433만7365계좌에 비해 한달 새 7만8857계좌가 늘어난 것과 크게 대비된다.

특히 신규 가입이 가능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최근 확 줄었다. 지난달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257만768명으로, 전달보다 2만2598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11월 8만8099명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74%나 줄어든 것이다.

신규로 가입할 수 없는 청약예금·부금과 청약저축의 경우 해지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작년 7월 190만5553계좌에서 12월 185만8607명계좌로, 5개월 새 5만명 가까이가 청약통장을 깼다.

청약통장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열망과 유주택자, 특히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 수요가 맞물려 작년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청약통장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무주택자 위주로 청약제도가 바뀌면서 집을 가진 1주택자들의 청약 당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와 같은 규제지역에서는 추첨제 대상 주택의 75%가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된다. 나머지 25%도 무주택자와 기존 집을 처분하기로 한 1순위 1주택자가 경쟁해야 한다. 그만큼 1주택자의 당첨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청약을 통해 새 집 혹은 더 넓은 집으로 옮겨 탈 계획이던 1주택자들 사이에선 청약통장이 별 쓸모가 없게 됐다는 인식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유주택자라면 청약통장에 새로 가입할 필요가 없고, 기존 가입자는 통장을 해지는 게 좋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청약 당첨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졌다는 게 ‘통장 해지론’의 가장 큰 근거다.



청약통장 금리도 예전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1주택자가 노려볼 수 있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청약에 도전하려면 서울을 기준으로 1000만원(전용 135㎡ 이하)에서 1500만원(모든 면적)을 통장에 넣어둬야 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예치금에 이자가 붙긴 하지만 1% 초중대로 시중은행 예금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목돈을 청약통장에서 당장 빼내 대출을 갚거나 다른 곳에 활용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통장 무용론자들은 중고 아파트 급매물이나 분양가 이하로 나온 분양권 등을 노리는 게 ‘묻지마’ 통장 가입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지금과 같은 시장 침체기에 입지 여건이 괜찮은 미분양 아파트를 골라잡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급한 게 아니라면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우선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추첨제 물량이 완전히 막힌 게 아니다. 당첨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청약 가점제의 점수항목 중 하나는 청약통장 보유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다. 가입 기간이 길면 길수록 청약 가점이 높아진다. 따라서 나중에 혹시라도 가점제로 청약을 넣을 때를 대비해서 보유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좋다.

청약제도가 또 언제 바뀔 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청약제도 개편 때 바뀐 것은 법률이 아니라 규칙이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시장 상황에 맞게 규칙을 바꿔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급한 게 아니라면 청약통장을 계속 보유하는 게 좋다.

청약통장 금리도 일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더 높은 게 사실이다. 급전이 필요하다면 예금담보대출을 활용하면 된다. 청약통장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낮아 부담이 적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담보로 1000만원을 빌릴 경우 월 이자는 8000원 수준이다. 청약통장에 일정 금액과 일정 납입 횟수를 채웠다면 납입을 중단하면 된다.

이래저래 청약통장에 돈이 묶여있을 때의 마이너스 효과보다는 보유했을 때의 활용도가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