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지지자·미소 띤 朴…검찰 가는 길 엇갈린 표정

by고준혁 기자
2017.03.21 11:20:11

자택서 차량 나오자 지지자들 욕설·폭언 흥분
朴, 남색 코트에 덤덤한 표정…차량 타자 손흔드는 ''여유''도
일부 지지자들 ''대성통곡''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삼성동 자택을 나와 차량에 타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죄 없는 우리 대통령님 말고 고영태를 잡아가라.”

21일 오전 9시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 경찰이 폴리스라인으로 접근을 금지한 자택 앞 골목에 검은색 에쿠스와 베라크루즈 차량이 나오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지지자들이 고함을 쳤다. 일부는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는 취재진에게 “썩은 기자들아 찍지 마”라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사저로 복귀한 지 9일 만인 이날 ‘올림머리’와 감청색 코트 차림의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처음으로 자택을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자택 앞으로 몰려든 지지자 300여명이 고성을 지르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일부는 경찰이 쳐놓은 철제 펜스 위로 올라가 “부패 검찰 물러가라”고 외쳤고 이를 통제하는 경찰에게 “박 대통령을 지켜 드리는 우리를 왜 막느냐”며 몸싸움을 벌였다. “불쌍한 우리 대통령님을 왜 잡아가”라며 통곡하는 지지자도 있었다.



오전 9시 15분쯤 자택 차고에서 검은색 에쿠스 차량에 이어 곧바로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지자들과는 대조적으로 박 전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을 짓는 등 차분한 모습이었다. 지지자들을 향해 입가에 엷은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에 하실 말씀 있으신가” “억울한 부분은 없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검정색 에쿠스에 올라탔다. 취재진을 향해 “많이들 오셨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골목을 빠져나가는 동안 50m 거리의 이면도로 양쪽으로 선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고성을 질렀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청사로 떠나자 현장에 있던 수백 명의 취재진과 경찰들, 지지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청사로 떠난 뒤 30여 분이 지난 오전 10시쯤에도 10여 명의 지지자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몇몇 여성 지지자들은 주저앉아 곡소리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