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남 기자
2015.06.17 16:48:07
새누리, 메르스 맞춤형 소폭 추경…"막연한 추경 안돼"
부양 의지 정부와 다소 이견…여·야·정 조율 필요할듯
새정치, 추경 협조하되 법인세 인상 연계 의중도 감지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야·정이 메르스발(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두고 ‘동상삼몽(同床三夢)’에 빠졌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두고 여당은 ‘맞춤형’ 소폭 추경을 거론하지만 정책당국의 입장은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야당은 정부의 추경 편성에 대한 찬반 입장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정부가 이번 달 안으로 실제 추경을 편성한다면 그 범위 등에 따라 여·야·정간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냥 막연한 추경은 안 된다”면서 “추경을 하면 국가부채로 바로 연결된다. 구조조정이 따라주지 않는 경기부양은 아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 이외에 다른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은 이미 시간이 늦었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다만 “메르스나 가뭄 같은 데는 맞춤형 추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위적인 부양을 위한 추경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메르스에 따른 일시적인 소비위축에는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국가재난병원 설립 △의료인 저금리 대출 △가뭄용 저수지 증설 등 지원 분야까지 거론했다.
국가재정법 제89조를 보면, 추경 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협력 같은 대내외 여건 변화 △국가 지출 발생 혹은 증가 등으로 한정돼있다. 김 대표의 생각은 국가부채 부담이 크니 법적 요건에 맞춰 제한적으로 하자는 의미로 읽힌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3년 당시 17조 3000억원 규모의 추경보다는 그 규모가 더 작아야 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당시 15조 8000억원이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됐다. 이번 추경도 세입을 늘리기보다는 빚을 내는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단순히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은 그 실효성이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정책당국의 복안과는 약간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추경 편성은) 경제상황과 재정여건을 감안해 정부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경기를 살리려면 재정정책도 통화정책과 함께 사용하는 게 맞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정부에 경기부양용 추경을 에둘러 촉구한 것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한은은 이미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50%까지 내리는 통화정책을 썼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최근 국회에 나와 추경편성과 관련해 “여러 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금융연구원)까지 나오는 이상 정부로서는 대규모 추경을 통해 경기하강 기류를 바꾸려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당 일각에서도 “3%대 초반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약 20조원의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이만우 의원) 등의 목소리가 있다.
야당도 추경에 협조하겠다는 의지가 없지 않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맞춤형 추경과 메르스 특별법 등을 통한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종걸 원내대표 등은 정부의 경기부양용 추경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경제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한 술수”라는 의중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아직 당론을 확정하지 못했다. 야당은 이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연합은 추경 편성을 당론인 법인세 인상과 연계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정부의 추경 편성에 협조하되, 그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 대책은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식으로 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