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속기 힘 키우는 AMD…삼성 HBM3E 활로 찾는다
by김응열 기자
2024.10.16 14:48:59
AMD, AI칩 신제품 잇달아 예고…엔비디아 '대항마'
엔비디아 못 뚫는 삼성…AMD엔 5세대 HBM 공급
레거시 메모리 부진 덮쳐…AMD 물량 확대 필요성↑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AMD가 삼성전자의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AMD가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삼성전자가 AMD와 고대역폭메모리(HBM)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AMD가 시장 영향력을 키우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뒤늦게나마 HBM 존재감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AMD는 최근 새로운 AI 가속기 ‘MI325X’를 공개했다. 기존 MI300X의 후속 제품이다. 연말 양산을 시작해 내년 1월께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제품은 5세대 HBM3E를 탑재한다. 메모리 용량은 256기가바이트(GB)다. AMD는 신제품이 엔비디아의 주력 AI 가속기인 H200과 비교해 1.8배 더 높은 메모리 용량을 갖췄고 대역폭도 1.3배 더 넓다고 강조했다.
|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새 인공지능(AI) 가속기 ‘MI325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AMD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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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는 엔비디아가 장악한 AI 가속기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번 신제품에 이어 내년 ‘MI350’과 2026년 ‘MI400’ 등 차기 제품을 지속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을 연내 출하할 예정인데, 업계에선 AMD가 이에 맞서기 위해 제대로 이를 갈고 있다고 본다.
현재 AI 가속기 시장은 엔비디아가 장악한 상황이다. 엔비디아가 80~90%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AMD와 인텔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
AMD가 AI 가속기 점유율을 늘린다면 HBM 협력사인 삼성전자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AMD에 HBM3E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에는 HBM3를 납품하고 있으나 HBM3E는 품질 검증 통과가 시장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HBM3E 8단에 이어 12단도 엔비디아에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AMD 물량이라도 늘리는 게 시급하다. AI 수혜 여부에 따라 메모리 시장이 양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HBM과 같은 AI 메모리는 수요가 꾸준한 반면 범용·레거시는 소비심리 부진에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영향권에 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AI 가속기 1위인 엔비디아 납품이 가장 중요하지만 AMD 역시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상태”라며 “AMD향 HBM 확대 가능성도 충분히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언급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AI 반도체 성장에 따라 AMD 역시 존재감을 키울 것”이라며 “삼성은 AMD 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면서 AI 메모리 비중을 적극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