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이익으로 기업가치 좌우하는 시대 지나"…계열사에 방향 제시

by함정선 기자
2022.08.25 17:21:28

SK그룹의 지식 플랫폼 '이천포럼 2022' 폐막
최 회장, 임직원과 대화서 기업의 신뢰와 네트워크 강조
"영업이익만으로 글로벌 기업과 차이 설명할 수 없어"
ESG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추구…10월 CEO포럼서 구체화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영업이익과 같은 재무적 수치만으로는 지금의 경영 환경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새로운 메시지를 던졌다. 오는 10월 열릴 CEO포럼을 앞두고 각 계열사들이 기존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구상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25일 폐막하는 ‘이천포럼 2022’에서 “이제는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수치로 기업가치가 좌우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이해관계자와의 신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SK의 ESG : 스토리를 넘어 실천으로’를 주제로 열린 이천포럼 마무리 세션에서 “단순히 영업이익만으로는 글로벌 톱티어(Top-tier) 기업과 SK 멤버사 사이의 기업가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며 “기업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는지 여부가 기업가치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은 “기업을 믿고 지지하는 고객이나 이해관계자 네트워크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면 어떤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확장이 가능하다”며 “외부와 많은 관계를 맺는 기업이 더 많은 행복을 만들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CEO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실천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파이낸셜 스토리를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이천포럼에서 최 회장이 던진 메시지가 CEO포럼을 거쳐 구체화된 후 향후 SK그룹 계열사의 미래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각 계열사에 파이낸셜 스토리를 다시 짜라고 주문했고, 현재 각 계열사는 구체적인 목표와 수치를 중심으로 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최 회장이 지난 2007년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 서든 데스(급사)하지 않으려면 기술 혁신과 사회·경제적 요구를 이해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통찰력을 키우는 토론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해 탄생한 이천포럼은 올해 6회를 맞으며 SK그룹의 변화를 추구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이 ‘이천포럼 2022’ 마무리 세션에 참석, 임직원들과 ESG 경영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SK)
올해 이천포럼의 마무리 세션은 최 회장이 준비한 원고를 발표하는 클로징 스피치 방식이 아닌 SK 임직원들이 ESG 실천 과정에서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회장과의 찐솔대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마무리 세션에서 SK그룹의 ESG 성적은 몇 점이냐는 질문에 “현 단계에서는 나름 목표한 대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까지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때문에 SK그룹은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할 많은 기술력과 새로운 비즈니스 추진이 필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최 회장은 “ESG 가운데 E(환경)는 사람과 지구의 관계, G(지배구조)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룬다면 S(사회)는 인권이나 꿈, 존중받을 권리와 같은 사람 그 자체”라고 정의한 뒤 “기업은 사람 그 자체를 존중하고, 사람은 행복을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이천포럼은 SK그룹의 중요 키워드인 ESG 경영이나 행복, 매니지먼트 2.0과 같은 모든 방안에 대해 솔직하게 논의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이천포럼에서 나온 구성원들의 솔직한 목소리가 10월 CEO세미나에 반영되면 결국 구성원들이 각 멤버사의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니 앞으로도 이천포럼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이천포럼은 문호를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대폭 개방해 SK 구성원 외에도 글로벌 석학, 각계 전문가, 협력업체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그랜드워커힐과 이천 SKMS연구소 등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올해 주제가 ‘SK의 ESG : 스토리를 넘어 실천으로’임에 따라 개막 첫날인 22일부터 ESG 실천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한 강연이 이어졌다. 첫날에는 위베르 졸리 하버드대 교수(베스트바이 前CEO)와 게오르그 켈 UNGC 초대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ESG 세부 실천 방법론에 대한 기조강연과 토론을 진행했다.

23일부터 25일까지는 SK ESG 실천의 주체인 임직원들이 주로 참여하는 세션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23일 ‘넷제로(Net Zero) 실천 치열함’에 대해, 24일에는 ‘대전환의 시대, 우리의 행복경험 디자인’을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25일에는 ‘기업가치 중심, 매니지먼트 인프라 변화방안’을 주제로 SK임직원들만 참석해 임직원의 관점에서 ESG 실천 과정에서의 어려운 점이나 개선할 점 등에 대한 솔직한 의견이 오갔다.

SK 관계자는 “이천포럼은 SK그룹의 핵심 경영화두에 대해 SK 임직원들이 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실천 방안을 구체화하는 지식경영을 위한 토론의 장”이라면서 “이번 이천포럼에서 논의된 다양한 실천 방안들은 향후 각 경영에 반영, 각 멤버사별로 ESG 경영을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