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發 위기에 여야 설전…“최문순 탓”vs“김진태 탓”
by김기덕 기자
2022.10.24 16:26:48
강원도 지급보증 거부 후 채권시장 자금 경색
與 “검증 없이 무리한 지급보증이 문제 야기”
野 "김 지사, 전 정권 지우기로 경제 통째로 흔들"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레고랜드발(發) 경제 위기 책임론이 정쟁 이슈로 부각하며 국감 이후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직전 문재인 정부 당시 무리한 유동성 파티가 현 사태를 야기했다며 당시 최문순 전 강원지사를 저격하고 나선 반면 민주당은 현 정부에서 때늦은 위기 대응이 결국 시장 실패를 초래했다며 김진태 현 강원지사를 집중 공격하는 등 양측 간 날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책임론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 강원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전경.(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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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치열하게 맞붙은 사항은 채권시장 자금 경색 상황이 벌어진 원인이다.
레고랜드는 2010년 개발 계획을 공개한 이후 지난 5월 정식 개장하기까지 걸린 총 12년 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총 5270억원을 투입해 춘천시 중도동 하중도 일대 아시아권 첫 번째 레고랜드인 테마파크(총 면적 28만㎡)를 조성했지만 그동안 강원도가 시유지 무상임대, 무리한 지급 보증을 통한 자금 조달 등으로 부도 사태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경제계 안팍의 시각이다.
문제는 지난 7월 국민의힘 소속 김 강원지사가 취임한 이후 벌어졌다. 김 지사는 레고랜드 빚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지급 보증을 하며 사업 주체 역할을 했던 강원도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 이행을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 측은 김 지사가 전임 정부 당시 최 전 지사의 치적사업을 지우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한다.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는 전날 긴급성명서를 통해 “이미 한 달 전부터 금융시장이 위험 신호를 보냈지만 이를 수수방관한 윤석열 대통령과 야당 탄압에만 몰두한 여당이 화마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김 지사가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과 같이 인기 좀 얻겠다고 성남시 모라토리엄을 흉내 내서 나라 경제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며 “강원도 지급보증 거부가 대한민국 경제 위기에 불을 당긴 뇌관이 됐다. (김 지사가) 투자 위축과 유동성 경색을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앞줄 가운데)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등 당 지도부들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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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달리 여당은 직전 정부에서 ‘퍼주기식 포퓰리즘 리스크’가 결국 채권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8년 전 최문순 강원도정이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 없이 무책임하게 밀어붙인 ‘채무 떠안기’(빚보증)가 결국 큰 화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채권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인 지방채이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간 국가부채가 763조원이 증가했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강원도 재정자립도가 올해 기준 64.7%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최하위권”이라며 “이런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전임 최 강원지사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여당은 지난 23일 오후 정부, 대통령실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고위 협의회를 열어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 해결 등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당과 정부는 주말에도 긴밀하게 협의했으며, 회사채 유통 등 유동성 지원 대책을 한치의 빈틈도 없이 촘촘하게 마련하여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