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잃고도 양도세?…내년 가상자산 과세 허점 많아

by이후섭 기자
2021.11.03 15:36:15

민주당,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 토론회 개최
노웅래 의원 "과세 유예 관련 정부가 확실히 입장 정리해야"
무형자산 전제부터 잘못돼…개인간거래는 손 놓고 방치?
취득가액 산정기준 미비…“투자자 보호 위한 전담기구 신설이 먼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열린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생중계화면 갈무리)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이 아닌 금융자산으로 보고 과세해야 하는데 아직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특히 개인간거래(P2P)에 대한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를 시작하는 것은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 해외 거래소를 통한 교차거래, 선입선출법 적용 등으로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물어야 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을 뿐더러 부대비용 포함 여부에 따라 납세자와 국체성 간에 과세금액 차이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과세 이전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디지털자산 감독원(가칭) 설립 등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은 민주당 내 가상자산TF와 함께 3일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호 없는 과세 또한 있을 수 없다”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해 더이상 논란을 만들지 말고 정부가 확실히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 의원에 따르면 최근 민주연구원인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5%가 가상자산에 이미 투자했거나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54%로 즉시 과세해야 한다는 응답(42%) 보다 12%포인트나 높았다고 강조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가 3일 열린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가상자산 과세방안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사진=생중계화면 갈무리)
이날 `가상자산 과세방안 및 제반 문제점`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교수는 국제회계기준(IFSR) 해석위원회가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여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겠다고 나선 정부의 전체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무형자산에 속한 다른 자산과 가상자산을 비교하면 유사한 부분이 없다”며 “회계기준상 계약을 전제로 한다는 금융자산의 성격으로 인해 가상자산을 넣지 못한 것이라면, 금융자산의 범위를 확장해 신종 금융자산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무형자산을 전제로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다 보니 가상자산에 대한 이월결손금을 이월공제 하지 않는데, 손실은 이월해주지 않으면서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회계기준과 세법이 꼭 같은 기준으로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금융투자소득으로 보면 주식과 같이 5000만원 수준으로 공제금액을 늘리고 이월결손금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를 통하지 않은 P2P 거래는 어떻게 과세할 것이냐는 문제도 있다. 오 교수는 “P2P 시장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 대한 준비는 하지 않은채 과세하는 것은 납세자간 형평성에 크게 벗어난다”며 “P2P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과세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일침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가 3일 열린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가상자산 과세방안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사진=생중계화면 갈무리)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가상자산 과세의 허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1억원을 들여 국내 미상장 코인을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으로 매수하고 국내에 상장된 후 매도한다고 가정하면, 김치프리미엄과 코인간 거래 지연, 가격 급등락 등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45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해도 선입선출법을 적용해 과세를 산출하면 내년에 275만원의 세금을 물게 된다.

더구나 해외 거래소를 통한 구매과정에서 발생한 손실(김치프리미엄, 매매과정 중 가격변동)의 부대비용 포함여부에 따라 필요경비가 달라져 약 100만원에 가까운 과세 금액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과세 입증책임을 전가시켜 취득가액 입증이 어려운 경우 `0원`으로 처리해버리는 것은 국체청의 지나친 `과세 편의주의`”라고 비판하면서 “특정 가상자산의 플랫폼 예치로 얻어지는 에어드롭·커스터디 등 금융소득적 토큰과 플랫폼 활동에 따른 리워드 토큰 등에 대해서도 취득가액을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가상자산 속성과 운영방식, 유통방식에 대한 이해 없이 과세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적어도 과세, 규제 보다는 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술 이해력을 갖춘 새로운 전담기구 디지털자산 감독원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감독원은 거래소, 블록체인 네트워크 등을 대상으로 △시세조종·자전거래·내부정보이용·해킹 등 불공정행위 점검 △디지털자산 기반의 금융서비스 기술특허 관리·지원 △디지털자산 피해 점검 및 대응, 블랙리스트 공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 및 기술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디지털자산 감독원 설립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정 및 별도 특별법 신설이 필요해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우선적으로 자본시장법의 금융투자상품 조항을 가상자산으로 확대 적용해 금융자산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