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내몰린 근로자 벌써 1.3만명…고용유지지원금 연장 애탄다

by최정훈 기자
2021.09.14 16:08:44

올해 7월까지 무급휴직 1.3만명 지원…벌써 작년대비 92%
한 직장서 받을 기회는 한 번뿐…고용 유지 `최후의 보루`
노사 "특별고용지원업종 유급휴직 지원 연장" 한 목소리
고용부, 고용보험기금 고갈 맞물려 "신중하게 검토 중"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고용유지지원금 중 한 직장에서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무급휴직지원금을 받은 근로자가 지난 7월까지 1만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지원 인원의 92% 수준이다. 특히 이달부터 유급휴직지원이 순차적으로 종료될 예정이라 무급휴직이라는 고용유지 최후의 보루에 몰리는 근로자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고용유지지원금 중 무급휴직지원금을 받은 근로자가 1만377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전체 무급휴직지원 인원(1만4971명)대비 92%를 도달한 규모다. 올해 지원 사업장은 181곳으로 지난 해 지원했던 154곳을 이미 넘어섰고, 지원금액도 395억원으로 올해 무급휴직지원금 예산 450억원 중 87%를 사용했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공항항공노동자들이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및 부당해고 판정 노동자 즉각 복직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용유지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고용 위기를 겪는 사업주가 휴업이나 휴직을 실시하고 휴업수당을 지급할 때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항공업이나 여행업 등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경우 사업주가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 아래 유급휴직을 하면 평균임금의 70%에 달하는 휴업수당의 90%를 지원한다.

반면 무급휴직지원금은 사업주가 무급휴직을 실시하면 사업주 부담 없이 평균임금의 50% 수준의 정부 지원만 받을 수 있다. 일반업종은 최대 180일,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경우 최대 270일간 지원받을 수 있다. 상한액은 198만원 수준으로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지원 수준이 유급휴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무급휴직지원금은 근로자가 같은 직장에서 한 번만 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유급휴직지원금은 사업장을 지원하는 방식이라 회계연도가 바뀌면 다시 지원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업주가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 한도를 채워도 내년도에 유급휴직을 다시 실시하면 180일가량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무급휴직지원금은 연도가 바뀌어도 근로자가 지원 한도 기간을 다 채우면 같은 직장 내에서는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무급휴직지원 기간 한도를 채운 근로자가 유급휴직지원 기간까지 끝나면 더 이상 아무런 소득이 없는 사실상 실업 상태로 내몰리게 되는 셈이다. 즉 올해 7월까지만 1만 3000명이 고용유지를 위한 최후의 보루에 내몰렸고, 지난해 무급휴직 지원 인원까지 고려하면 수천명의 근로자가 무급휴직 지원기간을 상당 기간 채워 실업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달부터 특별고용지원업종의 유급휴직지원금 지원이 순차적으로 끝날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에 무급휴직지원 인원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올해 무급휴직지원금 전체 지원 인원 중 특별고용지원업종의 지원 인원만 83%(1만1504명)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연 180일이던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한 유급휴직 지원기간을 270일로 늘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정상적인 기업 운영이 어려워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1월부터 유급휴직지원을 해왔던 기업이라면 이달 지원이 만료된다.



이미 하나투어는 지난달까지 이미 161억여원의 무급지원을 받았고, 모두투어도 약 103억원을 지원 받았다. 또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58억원) △티웨이항공(30억원) △에어부산(20억원) △진에어(19억원) 등 저비용 항공사들이 지원받은 상황이다.

이에 경영계와 노동계는 모두 연말까지 유급휴직지원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은 고용부에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 연장 건의서’를 제출했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특별고용지원 업종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춰도 정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77만명의 근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고용유지지원금의 지원 기간이 연장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지난 3일 안경덕 고용부 장관을 만나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추가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민주노총도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조만간 지원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매번 지원기간 종료를 임박해서야 급하게 논의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며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지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사의 한 목소리에도 고용부는 연장 여부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최근 고갈 위기 논란에 보험료 인상까지 결정된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내는 보험료가 재원인 기금이 고갈 위기 상황에서 특정 업종의 고용유지를 위해 기금을 계속해서 활용하는 것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연장과 관련해서는 재정 당국과 신중하게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유급휴직지원이 만료되는 사업장이 있는 만큼 이달 안에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