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억 반포주공 아파트, 27억에 경매 낙찰…왜

by김미영 기자
2020.05.14 14:52:01

감정가 42억, 시세 40억대…‘현금청산대상’ 물건
재건축해도 조합원 지위 승계 안돼 낙찰가 떨어져
강남권 아파트, 올들어 인기 주춤
규제강화된 수도권 강세는 여전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시세가 40억원이 넘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전용면적 140㎡)가 13일 경매 시장에서 27억원대에 낙찰됐다. 재건축 사업 추진으로 집값이 오름세를 보여왔던 곳이어서 시세보다 10억원 낮은 낙찰가는 의문을 낳았다.

이유는 ‘현금청산대상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본래 아파트 소유자가 조합원 지위를 포기했다면 경매에서 이 물건을 낙찰받아도 조합원 승계가 이뤄지지 않는다. 재건축이 끝나도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없단 얘기다. 이 때문에 감정가 41억90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두 차례 유찰을 겪은 뒤 감정가의 65%에 팔렸다.

최근 법원 경매에 나온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모습(사진=지지옥션 제공)
이 물건이 특수한 경우이긴 하지만 경매 시장에선 강남 아파트 인기가 올해 들어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14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강남3구의 15억원 넘는 아파트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줄곧 평균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섰다. 입찰 경쟁도 치열해 12대 1 등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월 들어선 경쟁률이 6.5대 1로 떨어지더니 4월인 1.7대 1까지 하락했다. 낙찰가율 역시 100% 아래를 밑돌았다.



실제로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와 같은 날 경매에 부쳐진 장재구 전 한국일보 회장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프레스턴’ 아파트는 22억2222만2000원에 팔려 낙찰가율이 87%를 보였다. 1회 유찰 후 3명이 입찰 경쟁을 벌인 결과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강력한 대출 규제로 투자자들의 현금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고가 아파트 경쟁률이 하락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 11일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늘어나는 규제를 맞은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경매 시장에서 인기가 여전하다. 14일 진행된 경매에서 수원 아파트 6채 중 4채가 낙찰됐는데 평균 낙찰가율이 104.5%에 달했다. 경기도의 4월 평균 낙찰가율인 89%를 웃돈다. 수원 권선구 평동의 평동동남 아파트(전용 60㎡)는 감정가 2억9400만원, 낙찰가 3억3890만원으로 낙찰가율이 115.3%였다. 부천에서도 아파트 5채가 평균 낙찰가율 113.4%로 새 주인을 찾았다.

지지옥션 오명원 연구원은 “부동산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경매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등 규제가 강화된 수원, 인천을 포함한 경기권 아파트들의 강세가 여전하다”며 “일반 시장에서도 경기권의 기축 아파트 값이 당분간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