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55.1% "전관예우 있다" Vs 판사 54.2% "없다"
by한광범 기자
2018.10.24 14:00:00
대법 사발위, 고대 산학협력단 의뢰 조사결과 공개
국민·법조인 "실제 존재"…판사 54% "존재 안해" 대조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전관예우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법조계 인사들의 인식이 일반 국민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판사들의 경우 전관예우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24일 대법원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가 공개한 고려대 산학협력단의 ‘전관예우 실태조사 및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결과는 법조계 인사들과 일반 국민들의 전관예우에 대한 인식차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전관예우 존재 여부에 대한 설문에 일반 국민과 법조계 인사들 모두 ‘실제 존재한다’는 답변(복수응답)이 가장 높았다. 일반 국민의 경우 41.9%, 법조계 인사들 55.1%가 이 같이 응답했다. 하지만 법조계 인사들 중에서도 직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판사들의 경우 ‘전관예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2%로 일반 국민이나 다른 직역 법조인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생각한 근거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뉴스’(41.2%), ‘영화·드라마·풍문’(39.3%) 등 대부분 대중매체를 통했다. 반면 법조계 인사들은 ‘실제 사건 처리과정 경험’(51.6%), ‘주변 사람의 경험’(39.2%) 등의 순이었다.
아울러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응답자에 한해 심각성에 대해 물은 결과 ‘심각하다’는 응답은 일반 국민과 법조계 인사들의 경우 각각 64.0%, 69.7%로 가장 많았다. 다만 판사와 검사의 경우 전관예우가 있다고 응답한 경우에도 각각 34.9%, 44.4%가 심각성을 보통으로 보고 있었다.
이들은 ‘전관 변호사로 인해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절차상 편의 자체만으로도 비난받아야 한다’(일반국민 30.7%, 법조계 인사 46.9%)는 의견이 높았다.
전관예우의 변화 동향에 대한 인식에선 일반 국민과 법조계 인사들 사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일반 국민의 52.7%가 ‘별로 변화가 없다’고 답한 반면, 법조계 인사들의 47.5%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전관 변호사의 영향력에 대해선 판사와 검사의 답변이 묘한 대조를 이뤘다. 판사들의 경우 전관 변호사로 인해 수사절차에서 결론이 바뀌는 영향이 있다고 답변 비율은 56.1%에 달한 반면, 검사의 경우 15.9%에 그쳤다.
재판에서의 전관 변호사 영향력에 대해선 인식이 정반대였다. 민사재판에서의 전관 변호사 영향력에 대해 판사들은 52.0%가 ‘절차 이외에 결론을 바꾸는 영향은 없다’고 답한 반면, 검사들은 ‘재판 결론을 바꿔 낼 수 있다’는 응답이 50.6%였다. 또 형사재판과 관련해서도 판사들은 ‘절차 이외 결론을 바꾸는 영향은 없다’는 응답이 45.0%였으나 응답 검사의 33.3%는 ‘결론을 바꿀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전관예우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전관 변호사에 대한 선호는 일반 국민과 법조계 인사들 사이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높았다. 전관 변호사 선임 의향을 묻는 질문에 일반 국민의 경우 ‘비슷한 조건이면 선임’(36.3%), ‘돈이 더 들어도 선임’(31.4%)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법조계 인사들의 경우도 ‘비슷한 조건이면 선임’(43.6%)이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했다.
전관예우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선 일반 국민과 법조계 인사들 사이의 의견이 엇갈렸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법조계 공직자들의 준법의식 부족’을 꼽는 응답이 99.9%였으나, 법조계 인사들의 경우 ‘전관예우 환상을 부추기는 브로커 활동’을 원인으로 꼽는 응답이 99.8%에 달했다.
전관예우 해결 방안으로는 일반 국민과 법조계 인사들 모두 ‘최고위 공직자 임용을 위한 인사청문 강화’(각각 97.5%, 94.5%)와 ‘전관예우 빙자 변호사비리 처벌’(각각 97.9%, 97.4%) 방안이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그 외에‘’변호사 중개제도 도입‘(97.5%)이, 법조계 인사들 사이에선 ’전관 브로커 적발과 철저한 처벌‘(97.8%)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전관 변호사 배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일반 국민과 법조계 인사들 모두 ’평생법관제 정착‘·’법조일원화 강화‘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반면 법조계 인사들 사이에선 이밖에도 ’판사 처우개선을 통한 평생 근무 유도‘(92.4%)도 높은 지지를 받았다.
보고서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전관예우 근절방안으로 ’평생법관제‘·’변호사 중개제도 도입‘·’사건수임 공개제도 강화‘·’최고위직 법조인 개업·수임 개선‘ 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4월 사법발전위원회 2차 회의에서 전관예우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를 먼저 실시하기로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고려대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김제완 교수)을 연구진으로 선정해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김 교수 외에도 공동연구원으로 최승재 변호사,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연구원으로 이정선 변호사와 김만수 사회학과 교수, 연구보조원으로 고려대 법학연구원 소속 두 명의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구성됐다.
산학협력단은 지난 6월부터 일반국민 1014명을 대상으로 한 개별면접, 판·검사, 변호사, 법원·검찰 직원 등 법조직역종사자 법조직역종사자 1391명을 상대로 한 온라인 조사와 국회의원, 국회 소속 박사, 법조출입기자 등 34명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법발전위원회는 이번 연구결과를 보고받고 이를 토대로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대법원도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기관들과 협력해 전관예우 근절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