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성문재 기자
2016.07.05 15:11:52
회사 실적과 부채비율 양호 이유로 구조조정 거부
업계에선 수주가뭄 우려.."단순한 실적 평가 무리"
1년전 적자 행진 때는 "수주 괜찮다"며 위기론 부정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현대중공업(009540) 노동조합이 회사의 실적 개선을 이유로 자구안 실행에 반발하고 있지만 불과 1년 사이에 달라진 잣대를 두고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실적과 부채비율 등이 경쟁사들에 비해 양호하다는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 등 고강도 자구안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지만 지난 1일 ‘조정종료’ 통보를 받았다. 다음 주에는 쟁의행위찬반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사정이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이나 삼성중공업보다 경영지표 면에서 양호하다”고 말했다. 회사가 1분기 3252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면서 10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데다 부채비율도 134%(1분기말 별도 기준) 수준으로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확히 1년전 현대중공업이 분기마다 수천억원 적자를 보고있을 당시 ‘수주 상황은 괜찮다’며 위기론을 부정했던 노조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노조가 기준없는 아전인수(我田引水)격 주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최근 2년간 약 5조원의 적자를 털어낸 상황에서 단순히 실적을 보고 회사의 경영상황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대규모 부실을 정리했기 때문에 실적 개선은 당연하지만 수주 가뭄은 앞으로 회사가 버틸 수 있는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월 금액기준 32억2500만달러 어치를 수주했다. 전년 동기 대비 44.5% 감소한 물량이다. 올해 수주 계획 195억달러를 20%도 채우지 못했다. 6월에도 추가 수주가 이뤄지긴 했지만 예년에 비해 저조한 건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앞서 지난 4일 이번 주 임·단협 교섭을 통해 사측에 마지막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권오갑 사장이 책임지고 단체교섭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다음 주에는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합법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다음 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이달 중 동시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양사 노조의 동시 파업은 1993년 현대그룹 계열사 노조 공동투쟁 이후 23년만의 일이다. 현대중공업발 구조조정 소식에 움추러든 울산 지역 경제가 추가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