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부채 '낙관 평가' 막는다…보험사 리스크관리 체계 손질
by최정훈 기자
2026.06.29 12:00:00
손해율·사업비 산정 기준 구체화…보험부채 평가 객관성·신뢰성 강화
자체 내부모형 활용 허용·ORSA 의무화…보험사 건전성 관리 고도화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적게 지급할 것으로 가정해 부채를 축소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감독 기준이 마련된다. 또 은행처럼 보험사도 자체 리스크 분석모형을 건전성 관리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한층 정교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발표한 ‘계리감독 선진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보험부채 산정 기준을 보다 객관적이고 보수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보험사는 2023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적용하면서 앞으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현재 가치로 계산해 부채를 산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래 손해율과 사업비 등 여러 가정을 사용하는데, 보험사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적용하면 보험부채가 실제보다 적게 계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손해율과 사업비 산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통계가 충분하지 않은 신규 보험상품에는 보다 보수적인 손해율을 적용하고, 갱신형 보험의 보험료 인상 가정도 실제 손해율에 맞게 현실화하도록 했다. 손해율이 불리하게 변한 경우 이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반영을 미루는 행위도 금지된다.
보험사가 계리가정을 변경할 경우에는 변경 사유와 재무적 영향 등을 위험관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내부통제도 강화된다. 당국은 올해 안에 ‘계리가정 보고서’ 제출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보험사의 자체 리스크관리 체계도 대폭 개선된다. 그동안 보험사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표준모형으로만 지급여력(K-ICS) 규제자본을 산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앞으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회사가 자체 개발한 내부모형을 활용해 요구자본을 계산할 수 있게 된다.
내부모형은 회사별 자산구성과 위험 특성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감독당국의 승인과 사후 점검을 거쳐야 하며, 일정 기간 표준모형과 내부모형을 함께 산출해 결과를 비교·보고해야 한다.
자체위험 및 지급여력평가(ORSA) 제도도 대부분 보험사로 확대된다. ORSA는 보험회사가 스스로 경영환경 변화와 각종 위험요인을 분석해 자본 적정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그동안 일부 보험사만 형식적으로 운영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앞으로는 대부분 보험사가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사회와 경영진이 평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업계획과 리스크 한도 설정 등 실제 경영 의사결정에도 활용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으로 보험부채 평가의 객관성과 비교 가능성이 높아지고, 보험사의 자체 리스크 관리 역량도 한 단계 고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이행 상황을 지속 점검해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