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일 천하로 끝난 '파란 눈' 혁신위…더 커진 김기현 책임론(종합)
by이상원 기자
2023.12.07 17:14:29
7일 국민의힘 혁신위 마지막 회의
인요한 "월요일 최고위 보고로 혁신위 활동 종료"
'주류 희생' 안건…결국 관철 못 해
혁신위는 해산…추후 김기현 결단에 주목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예정된 기한을 채우지 못하고 7일 조기 해산했다. 지난 10월 26일 출범 이후 42일 만이다. 가장 목소리를 높였던 ‘희생 혁신안’ 요구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 강서 구청장 보궐선거의 패배 후 당의 전권을 쥐고 혁신에 나섰지만 ‘반쪽 혁신’에 그쳤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일각에선 혁신위의 실패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책임으로 돌렸다.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12차 전체회의에 참석 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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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마지막 혁신위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오늘 혁신위 회의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월요일(11일) 최고위원회 보고로 혁신위 활동은 공식 종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가 끝나기 전 개각을 단행해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준 (윤석열) 대통령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다”며 “김기현 대표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혁신위원장을 맡게 되는 기회를 주고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줘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위원들에게 제일 고맙다. 정말 열심히 했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한 만큼 50%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를 하면서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앞서 혁신위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당내·외 요구에 탄생하게 됐다. ‘특별귀화 1호’로 꼽히는 인 위원장은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여성·청년 위주의 혁신위원을 배치, 변화에 대한 큰 기대감을 모았다.
그 기대감에 부응하면서 혁신위는 출범 다음날 1호 안건으로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등에 대한 징계를 해제하는 ‘대사면’을 제안했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에 크게 호응하며 여당의 ‘혁신 드라이브’의 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다만 혁신위는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인사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주류 희생’ 2호 안건부터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인 위원장은 “‘대통령을 사랑하면 결단하라’며 영남 중진과 더불어 인지도가 높고 경쟁력 있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이에 김 대표는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고 말하며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 당내 주류 의원들도 ‘급하다’는 입장을 연이어 내비쳤다. 장제원 국민의힘은 의원은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려고 서울로 가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5선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도 지역구를 사수하겠다며 혁신안을 거부했다.
이어 혁신위는 △청년 비례대표 50% 배치 등 3호 안건 △전략공천 원천 배제 등 4호 안건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 등 5호 안건을 차례로 내놨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됐다.
결국 혁신위는 희생안을 당초 ‘권고안’에서 정식 안건으로 격상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일부 강경파 혁신위원들이 의결을 강하게 요구하며 혁신위 내부 갈등이 빚어져 ‘사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2시간 만에 이를 거절했고, 당 지도부와 혁신위 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 결국 혁신위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인 위원장은 전날 김 대표와의 회동에서 한발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결국 혁신위는 이날 회의에서 공식 해산했다.
|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전격 회동하며 악수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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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와 혁신위 간 갈등이 일단락됐다는 평가도 이어졌지만 동시에 사실상 혁신위가 석패했다는 평도 나왔다. 김 대표가 ‘희생 혁신안’에 대한 답을 벌기 위해 혁신위를 조기 해산시켰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이데일리와 만나 “당 지도부가 혁신위에 전권을 준 책임은 김 대표에게 있다”며 “(김 대표에게) 돌려질 화살은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총선이 다가왔을 때 혁신위 요구가 관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당 지도부는 “솔직히 답을 요구한 타이밍이 급하긴 했다. 저렇게 쫓기듯 하라고 하면 하려고 해도 못한다”며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혁신위 마지막 비공개 회의에선 혁신위 활동을 마무리하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위원들이 줄을 이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혁신위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부분 조기 해산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더 이어갈 수 없다는 것에 공감했다”며 “이제는 당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