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달아오른 ‘상생경쟁’…“누가누가 착한금융 잘하나”

by정두리 기자
2023.04.10 16:20:20

하나은행, 다자녀가구 적금에 대출금리 감면까지…상생 신호탄
우리은행, 소상공인 끌어안기…''연 최대 10%'' 사장님 적금 ‘인기’
국민은행, 업계 최초 2금융권 대환대출로 서민 돕는 희망사다리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금융권의 ‘돈잔치’ 논란 이후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사회적 책임을 연일 주문하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이 상생을 모토로 한 금융상품을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은행권에 불 붙은 상생금융 경쟁으로 인해 더 많은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갈지 주목된다.

사진=하나은행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달 말 2명 이상의 자녀를 양육하는(양육 예정인) 부모를 위한 금융 신상품 ‘하나 아이키움 적금’을 출시한다.

이 적금은 1만원 이상 30만원 이하의 금액으로 가입이 가능한 1년 만기 적립식예금으로, 기본금리 2.0%에 양육수당 수급 여부·자녀 수와 연령대 등을 통한 특별금리가 더해져 최고 연 8.0% 금리가 주어진다. 뿐만 아니라 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신규 또는 기한연장하는 다자녀가구 고객을 위해 최대 0.4%포인트의 대출금리 감면도 계획하고 있다.

이는 초저출산·고령화 시대 극복을 위한 하나금융의 ‘HANA 인생여정 프로젝트’의 첫 번째 상생금융 신호탄이다. 개인의 인생여정 전체를 아우르는 맞춤형 상품 개발을 통해 금융이 저출산 문제에 기여하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담겨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결혼부터 임신, 일과 육아의 병행, 실버 케어 등 인생여정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 지원방안을 추가적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정연기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오른쪽)이 소상공인 상생금융상품 ‘우리 사장님 활짝 핀 적금’ 1호 가입 고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
우리은행은 지난 5일 광장시장과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장금(場金)이’ 1호 결연을 맺은데 이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우리 사장님 활짝 핀 적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는 연 3%지만 적금 만기자금으로 대출 상환 등의 우대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10% 금리를 제공해 소상공인 전용 상생금융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1년 만기 적금으로 월 300만원까지 납입 가능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장님 적금이 출시 초기이기임에도 현재까지 소상공인들의 반응이 뜨겁다”면서 “앞으로도 소상공인과 은행 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희망대출’이 출시된 지난달 27일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은행의 2금융권 대출 전환 상품 ‘KB국민희망대출’은 정부가 내놓은 소액생계비대출과 더불어 대표적인 상생금융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KB국민희망대출은 시중은행에서 처음 선보인 ‘사다리 대출’로 중저신용 차주들은 이자비용은 줄이고 신용도를 개선할 수 있어 대출자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난 상태다.

대출 대상은 2금융권 신용대출을 보유한 근로소득자로 대출금리는 연 10% 미만으로 제한하고, 상환 기간에 기준금리(금융채 12개월물)가 오르더라도 계속 10% 미만 금리가 적용된다. 가령 상품 한도인 1억원을 대환대출할 경우 기존 카드론이나 저축은행에서 16%의 금리를 적용하던 고객이 10% 이하 대출로 갈아탈 경우 한달에 50만원가량 이자를 아낄 수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KB국민희망대출 상담건수는 최근 2주간 5600여건에 달한다. 이는 창구 상담은 제외한 전산 평가로만 해당된 수치로, 총 상담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란 게 사측 설명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희망대출은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다중채무자 등 중저신용 차주들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문의가 꾸준한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은행권이 올 2분기부터는 단순 금융 혜택을 넘어 ‘착한 금융’의 실천을 통한 사회적 역할 수행이 지상과제로 떠올랐다는 시각이다. 앞서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달 31일 취약계층 부담 완화에 나서달라는 금융당국 수장들의 요청에 금융시장과 고객들이 금융지주에 바라는 역할과 책임을 다해나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자장사로 촉발된 은행 공공성 강화가 독보적인 상생 금융상품 경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