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후 대일압박 높이는 文대통령…출구없는 장기전 우려
by원다연 기자
2019.08.26 15:48:19
文대통령 "日, 우리 주력 산업 발전 막는 무역보복 조치"
국내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 투자 ''코리아펀드'' 가입
지소미아 종료 뒤 ''동해영토수호훈련'' 등 대일압박 높여
전문가 "日, 대화 끌어낼 명분 잃어…불확실 상황 지속될것"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 코리아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이 펀드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내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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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우리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직접 가입하면서다. 일본 경제보복 대응조치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뒤 문 대통령이 극일 의지를 다지며 일본에 대한 대응수위를 다시 높이고 있다. 다만 한일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닫으며 출구없는 장기전을 이어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은행 본점을 방문해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했다. 이 펀드는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직접 펀드 가입에 나서며 힘을 싣어준 것이다. 해당 펀드는 운용보수와 판매보수를 낮춰 그 수익이 기업에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됐고 운용보수의 50%를 기초과학 분야 발전을 위한 장학금 등 공익기금으로 적립한다.
문 대통령이 극일 현장 행보에 나선 것은 지난 20일 탄소섬유 기술 국산화 기업을 방문한지 6일만이며,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로는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해 기술 국산화,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품, 소재, 장비 분야 국내 기업을 응원하는 민간 차원의 노력에 함께하고자 펀드 가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펀드를 가입하고 농협 임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어떤 우위를 배경으로 우리 주력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도 있는 무역 보복 조치를 취해 왔다”며 “그래서 우리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그런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그것은 일본의 무역 보복에 대한 어떤 대응 조치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매우 필요한 일”이라며 “소재·부품산업의 우리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그것은 곧바로 우리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또 제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그런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펀드는 이미 성공한 그런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기업의 미래 발전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없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농협에서는 판매 보수나 운용 보수를 대폭 인하함으로써 가급적 가입한 고객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그렇게 했고, 또 얻어지는 운용 보수의 절반은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어떤 연구기관 등에 지원하는 것으로, 그렇기 때문에 아주 정말 착한 펀드”라고 힘을 싣었다.
지난 22일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문 대통령의 대일 대응 수위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군은 지소미아 종료 사흘만인 25일부터 그간 한일관계를 고려해 미뤄왔던 독도방언훈련에 돌입해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했다. 특히 훈련의 이름을 ‘동해영토수호훈련’으로 바꾸고 해군 이지스 구축함과 육군 특수전 병력을 처음으로 훈련에 투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어떤 특정 국가를 상정해 두고 실시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일본은 “다케시마(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며 훈련에 강하게 항의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일 양측이 출구없는 강대강 양상을 지속하고 있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8일에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각의가 시행되면서 일본이 추가적인 경제보복 조치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지소미아를 연장했다면 일본을 대화 테이블로 끌고나올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었는데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우리측도 일본측도 카드를 모두 잃어버린 상황”이라며 “일본으로서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미국이 강한 ‘실망’을 표명하고 있어 우위에 섰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 추가 보복조치에 나서는 부담까지는 지려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인한 불확실한 상황은 연내에도 풀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