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철 대표, 최대주주 포기 '용단'…유진로봇, 獨밀레 520억 조달
by강경래 기자
2017.12.06 16:32:40
신경철 대표, 유진로봇·밀레의 합작법인에 지분 전량 현물출자
대규모 자금 조달 통해 병원물류로봇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 활용
투자 위해 최대주주 자리 넘기고 2대주주 물러나, 경영권은 유지
[이데일리 정태선 강경래 기자]“이번 대규모 투자 유치로 독일 밀레그룹과 새로운 제품 및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전문 지식과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해 차세대 로봇 분야에서 사업성과를 극대화할 것입니다.”(신경철 유진로봇 대표)
국내 3위 로봇청소기 업체인 유진로봇(056080)의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이번 지배구조 변경은 글로벌 가전업체인 밀레와 합작으로 설립한 법인에 이 회사 신경철 대표가 보유 지분 전량을 현물로 출자하며 이뤄졌다.
유진로봇은 향후 밀레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후 양사가 공동으로 응용제품 개발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신 대표는 회사 미래를 위한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밀레 측에 최대주주 자리를 양보하는 ‘용단’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6일 유진로봇은 최대주주가 신 대표에서 ‘시만’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신 대표는 보유 지분 전량인 293만4906주(12.58%)를 시만에 현물로 출자했다. 이를 통해 유진로봇은 시만이 12.58%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유진로봇 최대주주가 된 시만은 현재로서는 주식을 현물 출자한 신 대표가 지분 256만4454주(97.71%)을 보유한 1대주주다. 하지만 향후 밀레그룹이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궁극적으로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신 대표는 시만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는 한편, 밀레에 이어 2대주주 지위를 이어가게 된다. 밀레 측으로부터 경영권도 보장 받은 상황이다. 유진로봇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만 지배구조는 이달 밀레 측과 협상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며 “하지만 밀레 측이 최대주주, 신 대표가 2대주주라는 틀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만은 유진로봇과 이만토 아게(Imanto AG)가 합작해 설립한 법인이다. 이만토 아게가 밀레의 지주회사인 점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투자는 밀레그룹이 진행한 셈이다. 독일에 본사를 둔 밀레는 세탁기와 진공청소기 등 가전제품과 함께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다.
유진로봇은 이번 지배구조 변경과 함께 밀레 측으로부터 총 520억원의 투자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투자 자금 중 83억원은 유진로봇에 직접 유입되는 한편, 나머지 437억원은 시만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어오는 형태다.
이와 관련 이만토 아게와 시만은 유진로봇이 실시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했다. 이만토 아게와 시만은 유진로봇이 발행하는 총 1377만7097주를 주당 3775원에 배정받을 예정이다.
유진로봇은 이번 밀레 측과의 협력으로 로봇과 관련된 새로운 응용제품 및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1988년 설립된 유진로봇은 청소로봇과 물류로봇, 소셜로봇, 실외로봇 등 서비스로봇에 주력한다. ‘아이클레보’ 브랜드를 앞세운 로봇청소기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이어 국내 3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604억원에 달했다. 밀레 측과는 2012년 이후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유진로봇은 밀레 측과 연구개발 협력을 위한 협력을 추가로 체결하고 신제품 기획과 개발을 공동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현재 주력인 로봇청소기 외에 신수종으로 추진 중인 병원물류로봇 등 서비스로봇 사업화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유진로봇이 보유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은 밀레가 현재 판매 중인 가전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유진로봇 입장에선 대규모 투자 자금을 확보해 서비스로봇 사업을 구체화하는 한편, 밀레 측에서는 인공지능 등 로봇 기술을 자사 가전제품에 응용하는 등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 양사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