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승은 없었다'…고려아연 분쟁, 결국 장기전으로 간다

by김성진 기자
2024.10.21 16:18:12

법원, 고려아연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기각
지분율 격차 4.42%P 얼마나 줄일지가 관건
국민연금의 공개매수 참여여부 변수 작용
고려아연, 자사주 의결권 부활 작업 집중
MBK 연합, 지분확대 위해 여러 방안 검토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중단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결국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자사주 매입을 오는 23일까지 이어갈 수 있지만, 시장 유통 주식을 모두 흡수하더라도 현재 MBK·영풍과 벌어진 지분율 4.42%포인트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양측 모두 의결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개매수 이후에도 지분 확대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21일 서울중앙지법은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가처분은 영풍 측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데 따른 판결이다. 앞서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리자 최 회장 측은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섰다. MBK·영풍 연합이 매수가를 재차 83만원으로 올리자 최 회장 측도 추가로 89만원 가격 인상 승부수를 던졌다.

고려아연은 이번 가처분 기각 판결을 두고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할 것”이라며 “경영권을 더욱 탄탄히 해 고려아연의 경영을 빠르게 정상화 하겠다”고 했다. MBK는 이에 맞서 “확실한 의결권 지분 우위를 바탕으로 남은 주주들과 협력해서 고려아연의 무너진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고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가처분 기각으로 23일 종료되는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경영권 분쟁의 다음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려아연 측은 당초 발표했던 목표 물량 20%(베인캐피탈 2.5% 포함)를 채우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목표치를 달성해야지만 베인캐피탈 또한 의결권 보유 지분 2.5%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시장에서 유통 중인 고려아연 주식을 약 17~18%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7.83%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익 실현을 목적으로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일부 참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동시에 고려아연은 현재 보유한 자사주 2.4% 중 일부인 1.4%의 의결권을 부활시키기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신탁 계약을 연속으로 체결할 경우 마지막 계약일로부터 6개월간 자사주 처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임직원에 대한 상여금으로 자기주식을 교부하는 경우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는 경우 등에 대해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몇 가지 예외 사항들을 인정하고 있다.

이번 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MBK·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권 환산 기준 MBK·영풍 연합의 지배력은 48%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일부 지분만 추가 취득하더라도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감독당국이 주식시장 시세조종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터라, 최대한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지배력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MBK·영풍은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 취득 방식이 아닌, 증권사에 맡기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영풍 연합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데 따라 곧바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표 대결을 위한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5.34%를 획득한 MBK·영풍은 현재 고려아연보다 지분율 4.42%를 앞서는 상황이다. 이 우위를 바탕으로 곧바로 주총 표 대결을 벌여 확실한 승기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실제 주총이 열리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 측은 최대한 임시 주총을 지연시키며 우군을 확보해 MBK·영풍과 지분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공개매수가 끝나더라도 시장에 일부 유통 주식은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확보하기 위한 양측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