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 올리고, 다시 1천만원 더…'6억' 키 맞추는 아파트
by황현규 기자
2021.07.15 14:34:43
7월부터 보금자리론 한도 확대…3억→3.6억
6억 이하 아파트만 대상…5억대 아파트 인기
5억원 중후반대 아파트 8곳 중 7곳 신고가
콧대 높아진 집주인…호가 계속 高高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서울 중랑구 신내동 신내9단지진흥아파트의 전용 49㎡의 ‘입주 가능’ 매물(15일 기준)은 1개다. 호가는 5억 8000만원으로 지난달 처음 매매 시장에 나왔을 때보다 가격이 2000만원 뛰었다. 집주인이 6월 30일 5억 6000만원에 처음 내놨던 매물은 일주일 뒤 다시 1000만원이 올랐고, 다시 하루 뒤 집주인이 1000만원을 더 올렸다. 매수자들이 몰리자 집주인이 가격을 올린 경우다. 이 단지의 지난달 시세는 5억 2000만~6000만원 수준이었다. 인근 J공인은 “7월부터 보금자리론 등 6억 이하 아파트에 대한 대출한도가 늘어나면서 확실히 매수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6억 이하 아파트에 대한 대출 한도가 확대되면서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가 몰리고 있다.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는 등 ‘6억 키맞추기’도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7월 들어 거래된 5억 중후반 대 아파트(1층 제외)가 모두 신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토부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구로구 고척동 경남2차아파트(전용 59㎡)은 5억 9000만원에 지난 7일 손바뀜했다. 지난 1월 매매가 5억 3000만원보다 6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현재 이 아파트의 호가를 보면 세입자가 있는 경우 5억 6000만원, 세입자가 없어 즉시 입주가 가능한 매물은 5억 95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인근 D공인은 “집주인들도 6억 이하 아파트까지는 매수자들이 몰린다는 걸 안다”며 “그 턱 밑까지는 부담없이 가격을 올리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특히 이달부터 보금자리론의 대출 한도가 늘어나면서 6억 이하 아파트로 매수자들이 더 몰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달 1일부터 보금자리론의 대출한도가 기존 3억원에서 3억 6000만원으로 확대됐다. 보금자리론은 집값 6억원 이하 연간소득 7000만원 이하 가구에 제공하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심지어 보금자리론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규제에서도 제외된다. 7월부터 DSR이 차주별로 40%를 넘을 수 없는데 보금자리론은 규제에서 벗어나, 소득이 적어도 3억 6000만원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연간 17만 가구가 이용할 정도로 무주택자에게는 ‘꼭 한 번쯤은 받아야 하는 대출 상품’으로 꼽힌다.
실제 이날 기준 국토부실거래가를 보면 7월 들어 5억원 중후반대(5억 5000만원 이상~6억원 이하)에 거래된 아파트 8곳 중 7곳이 모두 신고가를 기록했다. 심지어 나머지 1곳은 1층인 탓에 신고가로 거래되기에 어려운 조건이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의 설명이다.
심지어 노원구 공릉동 공릉삼익4단지(전용50㎡)은 이달 들어 두 건의 거래가 성사됐고, 모두 신고가를 갱신했다. 1월까지만해도 4억 9000만원이었던 매매값이 반년만에 1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인근 C공인은 “집주인이 그 자리에서 집값을 올리는 경우가 최근 들어 흔해졌다”며 “매수자들은 6억 이하라면 ‘그래도 사자’는 심리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수자들의 대다수가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거나 30대 직장인들”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6억 이하 중저가 아파트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소득을 뛰어넘는 무리한 대출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점점 귀해지면서 무주택자들의 매수 행렬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 및 수도권의 6억원 이하 아파트의 키맞추기가 뚜렷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앞으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집값 조정 등의 가능성 등을 염두할 때 본인의 소득을 넘어서는 무리한 대출을 통한 내집 장만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