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이우현 의원 "민원만 해결" vs 공여자 "직접 찾아와 돈 요구"

by한광범 기자
2018.03.12 15:51:06

이우현, 첫 재판서 "정치 인생서 불법 이권 개입 없었다" 주장
공천헌금 10억원 혐의도 강력 부인…"잘되면 후원하라 한 것"
사업가 "돈 요구에 만남 피하자 자택 인근까지 찾아와" 반박

지역 정치인과 사업가 등으로부터 10억원대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우현(61)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첫 공판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며 책임을 보좌관에게 떠넘겼다.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뇌물공여자는 상납의 구체적 상황과 이 의원의 회유 정황을 소상히 증언했다.

이 의원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태업) 심리로 열린 1회 공판에서 “20년 동안 정치를 하며 한 번도 불법적으로 이권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설비 업체인 T사에게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1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4년 지방선거 출마자들 등에게 공천헌금과 선거자금 명목으로 11억9000만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철도시설공단 관련 혐의에 대해 “김민호 전 보좌관이 ‘당연히 1순위 업체가 돼야 하는데 철도시설공단의 갑질이 심하다. 원칙을 지켜주면 좋겠다’고 해서 이를 공단 이사장에게 말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천공항공사와 관련해서도 “김 전 보좌관이 ‘수주업체인 현대건설이 공사대금을 인천공항으로부터 받았는데 하청업체에 대금 결제를 안 해줘 부도가 나겠다고 해서 인천공항 본부장에게 ’갑질이 너무 심하지 않냐‘고 두 번 전화한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명식 전 남양주시의회 의장으로부터 공천헌금 5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선 “공천과 관련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 김 전 보좌관이 (새누리당) 중앙당 사무총장과 공 전 의장을 만나게 해주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무총장이 돈을 가져오지 말고 돌려보내라고 해서 제가 김 전 보좌관을 통해 공 전 의장에게 ’나중에 잘되면 후원하라‘고 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머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해선 일부는 돈을 빌린 것이라며 “현재 아파트를 내놨기 때문에 팔리면 갚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불법 정치자금 후원에 대해선 혐의를 인정했다. 이 의원은 “지방에서 정치를 16년 했지만 여의도 정치는 초년생이라 여의도 경력이 있는 김 전 보좌관을 썼다”며 “김 전 보좌관이 정치 후원자를 하나하나 데려왔다. 제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항변했다.



이 의원 변호인도 “후원금을 불법적으로 받았을지언정 대가성이 있었다거나 하게 될 행위에 대한 대가가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뇌물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T사 대표 김모씨는 “이 의원 측이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며 대가성을 인정했다.

그는 “철도시설공단 전기설비 공사를 낙찰받았지만 경쟁업체의 이의제기로 계약 체결이 보류된 것을 알게 돼 철도시설공단 소관이던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공사가 체결된 후 대가로 이 의원에게 금품을 공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구체적으로 “김 전 보좌관이 ’앞으로 사업 잘하려면 큰 거 한 장 의원실에 후원하라‘며 수차례에 걸쳐 돈을 요구했다”며 “응답하지 않자 이 의원이 김 전 보좌관과 함께 제 자택 인근으로 찾아와 강남의 한 호텔에서 이들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 자리에서 5만~6만 유로를 건네며 ’의원님 덕분에 공사계약이 잘돼 감사하다‘고 했다”며 “이 의원이 ’당연히 체결됐어야 할 계약인데 나쁜 놈들 때문에 고생 많았겠네‘라며 돈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공항 공사 관련 2000만원 공여에 대해서도 “(민원 해결 후) 김 전 보좌관이 당초 5000만원을 요구했으나 2000만원을 갖고 찾아갔다 쫓겨난 적이 있다”며 “그 후 이 의원이 직접 전화해 사무실에 오라고 해 2000만원을 들고 갔다. 이 의원이 ’잘 챙겨주겠다. 김 전 보좌관 통하지 말고 직접 얘기하자‘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검찰 수사 이후 이 의원으로부터 회유를 받은 정황도 털어놨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이 의원이 전화해 ’너 너한테 아무일 없었잖아. 맞지?‘라고 했다”며 “그러면서 ’나중에 검찰에서 연락오면 나에게 백화점 상품권 500만원이나 현금 500만원 준 걸로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