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입찰, 절반의 마무리…실효성 논란 계속되나

by남궁민관 기자
2017.07.14 20:01:40

1부 현대오일뱅크·SK에너지 선정…2부 유찰
수익 불확실성에 선정 정유업체 마저 시큰둥
시장경제 침해 및 실효성 논란 지속 이어질듯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고객이 차량에 휘발유를 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알뜰주유소 1부 시장 유류공급자로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선정된 가운데 해당 정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2부 시장의 경우 유류공급자 선정이 유찰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한국석유공사와 농협경제지주는 14일 ‘2017년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자 경쟁입찰’을 진행한 결과 1부 시장 유류공급사로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를 선정했다.

1부 시장 유류공급사의 경우 알뜰주유소인 농협중앙회 NH오일과 도로공사 ex-오일에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수도권·충청·강원 등 중부권역, SK에너지는 경상·전라 등 남부권역을 각각 담당한다.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자 선정업체의 경우 내수 시장에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색할만 하지만, 정작 업계 반응은 미온적이다. 오히려 선정되지 못한 업체들 사이에서는 안도감마저 감지된다.

이같이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자 선정을 기피하는 주요인으로는 수익의 불확실성 확대가 꼽힌다.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자는 최저가 입찰제 방식을 통해 결정되는만큼 수익성이 매우 낮다. 싱가포르 현물 석유 시장 가격(MOPS)의 한달평균 가격에 ±α 중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가 선정되는 방식이다. 만약 MOPS가 짧은 시간 내 잦은 변동을 보일 경우 되레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어 불확실성마저 높다.



알뜰주유소 자체가 시장경제를 헤치는 정책이라는 데에는 정유사들과 주유소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시장질서를 문란케하는 알뜰주유소의 공급자가 되기 위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각 계열사 계열 주유소를 기만하는 이중적 행위”라며 “정유사의 공급 입찰 참여 중단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정유사들에게 요청했다.

이에 한 정유업체 관계자 역시 “알뜰주유소가 무조건적으로 낮은 가격정책을 펼치면서 시장경제를 헤치고 인근 일반 주유소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인만큼 정유사들 입장에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실효성마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이 도입된 2012년 초유의 고유가 시대였던 것과 달리 최근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며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의 가격차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당초 목표한 기름값 인하 목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입찰에서 2부 시장 유류공급사 선정이 유찰된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경유 부문에 2개사, 휘발유 부문에 3개사가 참여했지만 석유공사가 만족할만한 입찰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선정에 대한 장점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각 정유사들은 현실적인 수준의 입찰가를 적었을 것”이라며 유찰의 이유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