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범국민특위 만들어 복지·증세 논의하자"

by김진우 기자
2015.02.04 17:17:17

우윤근 새정치 원내대표 교섭단체 연설서 제안
與 "국민 합의 필요하나 국회서 우선 논의해야"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복지·증세 논의가 불붙고 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복지 수준과 세수 문제를 다룰 ‘범국민 조세개혁특별위원회’의 국회 설치를 제안한 데 대해 새누리당 지도부도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복지·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이 일반 국민을 포함하는 특위 구성을 제안한 데 반해 여당은 국민을 제외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어서 여야가 총론에 합의하더라도 ‘대화의 틀’ 문제 등 각론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우 원내대표는 “어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저(低) 부담 저(低) 복지로 갈 것인지, 고(高) 부담 고(高)복지로 갈 것인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맞는 말씀을 했는데 국민적 합의를 위해서는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여·야·정 및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범국민 조세개혁특위’를 국회에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4월 (임시) 국회에서 세법을 개정하면 된다는 식으로 미룰 때가 아니다”라며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국민 앞에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세수 확보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법인세를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까지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는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200억 원 초과 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



우 원내대표는 “불평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자 감세’는 유지하고 근로소득세 부담만 늘어나는데 누가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겠나”라며 “부자 감세의 대표격인 법인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 대기업 위주의 법인세 감면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바로 지금이 ‘개헌의 골든 타임’”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안을 만든 후 내년 4월 20대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복지·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복지지출 구조조정과 무상복지 재논의가 전제돼야 하며, 증세는 이를 토대로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국민의 뜻을 물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본격적 복지 시대에 진입하는 이 시점에 실패한 유럽과 일본 복지정책을 답습할 것인지,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복지정책을 구상해 실현할 것인지 더 치열한 토론을 벌여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제시한 ‘범국민 조세개혁특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논의 방식은 여야 간 추후 협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특위를 제안한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며 “이 문제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세목·세율을 법률로 정리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권은희 대변인도 “국회 특위 차원에서 논의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추후 여야가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며 “‘적게 내고 적게 받을지, 많이 내고 많이 받을지’는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정부 정책 추진에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