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 비싸졌는데 부실.."밖에서 사먹고 말지" 분통
by조민정 기자
2022.05.03 14:43:56
서울대 학식 1000원씩 인상…부실 논란
연세대·중앙대·숙명여대 등 줄줄이 가격↑
"음식 양질은 그대로…나가서 먹는게 낫다"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대면수업하면서 얼마 전 처음으로 학식을 먹어봤는데 별로더라구요. 그래서 그 뒤로 안 먹어요.”
‘코로나 학번’인 서울대 2학년 신모(20)씨는 이번 학기부터 대면수업을 수강하면서 학교식당 밥, 학식을 처음 먹어봤지만 “기대 이하였다”고 평가 절하했다. 신씨는 3일 “캠퍼스에 처음 나오다 보니 아무래도 학식에 기대한 부분이 있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까 너무 맛이 없었다”며 “한번 먹고 나서 그 뒤론 친구들과 그냥 다른 식당을 가거나 따로 나가서 사 먹는다”고 했다.
| 서울대학교 한 학생이 대학교 커뮤니티에 올린 7000원짜리 학식.(사진=온라인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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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물가가 폭등하면서 재료값이 크게 오르자 대학교 학식은 본래 가격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국립대학인 서울대는 지난달 학생식당 밥값을 3000~6000원에서 4000~7000원으로 1000원씩 올렸는데, 학생들을 중심으로 부실학식 논란이 불거졌다. ‘천원의 밥상’이라고 불리는 1000원짜리 백반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에브리타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학식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빗발쳤다. 실제로 서울대 총학생회가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학생 약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식대 인상 이후 학생식당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뿐 아니라 연세대·중앙대·숙명여대 등 서울 시내 주요 사립대학들도 연달아 교내 식당 밥값을 올리면서 학생들의 학식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학생들은 음식은 그대로인데 가격만 오르다 보니 학식의 가성비가 사라졌다고 토로한다. 상대적으로 가격은 저렴하면서 맛과 양이 받쳐줬던 예전과 달라졌단 것이다.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다는 대학생 김모(27)씨는 수년 전 저학년 시절에 먹었던 학생식당 밥을 떠올리면서 “맛은 비슷한데 양은 적고 가격만 오른 느낌”이라며 “가성비가 옛날보다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오랜만에 친구와 캠퍼스를 찾아 대학생 기분을 내보려 했다는 졸업생 이모씨는 “학생식당 와보니 가격이 많이 올라서 이럴 바엔 그냥 천원학식 먹자 해서 먹었다”며 “재료 값이 오른 건 이해하지만 음식에 대한 양질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여대 학생 김모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비싸봤자 6000원 정도였는데 학생 식당에 입점한 파스타집은 8000원 정도라 놀랐다”며 “밖에 나가면 저 가격에 웬만한 메뉴를 사 먹을 수 있는데 그냥 밖에서 다른 거 사먹는 게 낫다”고 했다.
사립대학은 물론 서울대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장기적인 운영 중단과 물가 상승에 누적 적자가 심해져 식대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은 “식대를 동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건비와 재료비, 경비 상승으로 적자누적이 심화하면서 경영상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생협은 학생들이 ‘학식 불매 운동’ 조짐을 보이고 학교 측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피케팅 시위를 진행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오는 3일 서울대 총학생회와 ‘생협과의 대화’를 열고 중간 가격대 메뉴 확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생 식당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데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이용자 수를 계산하기 어려워지고 물가도 오른 점이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건설현장에 상주하는 식당 ‘함바집’은 가격이 싸고 질도 좋지 않나, 학교도 인원을 고정하거나 가격을 미리 지불해 놓는 방식 등으로 가격 유지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