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에 모처럼 웃은 자전거, 올해도 상승세 이을까

by김호준 기자
2021.03.15 15:40:05

삼천리자전거, 지난해 매출 1208억…전년比 38%↑
알톤스포츠, 6년 만에 흑자 전환…관리종목 탈피
삼천리, 올해 110종 신제품 자전거 출시 예정
알톤, 전기자전거 '이-알톤' 중심으로 제품 확대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미세먼지 공습과 내수시장 포화로 몇 해째 부진을 겪던 자전거 업계가 지난해 코로나발(發) ‘언택트’(비대면) 열풍을 타고 기사회생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실내 운동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는 이들이 늘었고,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 제품군을 다각화해 소비자 선택지를 넓힌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매출액 120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8%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16년 이후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09억원, 137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최근 5년 연속 적자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알톤스포츠도 지난해 흑자로 돌아서며 반등에 성공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난 4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2억원, 55억원을 기록했다.



삼천리자전거 전기자전거 신제품 ‘팬텀 Q’(왼쪽), ‘팬텀 Q SF’. (사진=삼천리자전거)
이 같은 호조에 힘입어 각 업체는 공격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며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올해 전기자전거 신제품 ‘팬텀 Q SF’를 포함한 전기자전거 17종과 일반자전거 93종 등 총 110종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국산 자전거 브랜드 공습에 대응해 ‘국내 대표 자전거 브랜드’라는 기업 이미지도 굳힌다는 계획이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국내 자전거 업계 선도 기업으로서 제품군을 확대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알톤스포츠 역시 전기자전거 브랜드 ‘이-알톤’을 중심으로 고급형 모델 ‘코디악’ 시리즈, 중저가형 모델 ‘벤조’ 시리즈 등 총 12종을 선보인다. 또한 접이식 일반자전거 ‘힐라리스’, 주니어 자전거 ‘엑시언’ 시리즈 등 주요 인기 제품들의 디자인도 다양화해 출시할 예정이다. 알톤스포츠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보다 디자인 측면에서 더욱 차별화한 가성비 제품들을 선보일 것”이라며 “지난해 좋았던 실적에 이어 올해에도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은 연평균 9%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친환경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전망을 밝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현지 공장 조업 재개로 다시 심해진 미세먼지로 실외활동이 위축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자전거 업계 관계자는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 증가와 공유자전거 활성화 등으로 부진에 빠졌던 자전거 산업이 다시 활성화할 조짐을 보인다”며 “다만 해외 자전거 제품들의 공습과 미세먼지 등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성장세를 이어갈 철저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톤스포츠가 올해 선보이는 자전거 신제품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니모FD 에디션, 탈레스 HT500, 벤조 26, 힐라리스, 유콘D, Z3. (사진=알톤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