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모멘티브 인수한 정몽진 KCC 회장 "첨단소재 회사로 도약"

by권오석 기자
2018.09.13 14:40:45

13일 美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 인수 계약 체결
주력 부문 ''건자재 및 도료''에서 다른 분야 육성 결정
정 회장 "''빅 마켓'' 목표로 첨단소재 등 다양한 사업 분야 형성할 것" 포부

정몽진 KCC 회장 (제공=KCC)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이번 인수로 기존 아시아 지역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온 데 이어 미국·중국·유럽 등 ‘빅마켓’으로 시장을 넓힐 계획입니다.

정몽진(58) KCC 회장이 13일 미국 글로벌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이하 모멘티브)를 인수키로 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실리콘 분야에서 글로벌 메이저 업체로 부상하고 실리콘 중심 첨단소재 회사로 위상이 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KCC는 반도체 소재와 장비를 생산하는 ‘원익QnC’를 비롯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SJL 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 이날 모멘티브 인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인수 금액은 30억달러(약 3조 3660억원) 규모다. 지분은 KCC 45%를 비롯해 SJL파트너스 50%, 원익QnC가 5%를 확보하게 된다. 이번 인수 금액은 한국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중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 달러)와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49억 달러)에 이어 역대 3번째로 큰 규모다.

모멘티브는 미국 다우듀폰, 독일 바커와 함께 세계 3대 실리콘 회사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액은 23억 3100만달러였다. 미국·유럽·중국 등 전 세계 주요 지역에 16개의 실리콘 공장을 포함한 총 24개의 공장을 두고 있다. KCC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에 쓰이는 실리콘에 강점이 있는 모멘티브 인수로 향후 글로벌 실리콘 시장에서의 위치를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KCC는 미래성장동력으로 실리콘 사업을 강화, 기초소재에서 첨단산업에 이르는 종합 실리콘 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KCC의 이번 행보는 정 회장의 진두지휘로 가능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정 회장은 해외 유학파 출신으로 세계 시장의 전반적인 변화와 흐름을 빠르게 읽어내기로 정평이 났다. 정 회장은 1991년 KCC의 전신인 고려화학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 입사 9년 만에 KCC그룹 총괄회장에 오른 뒤 현재까지 KCC를 비롯한 계열사들을 이끌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 본사를 비롯해 국내 15개 공장과 21개 출장·영업소, 16개의 해외법인·지사를 두고 있다. 대표 계열사로는 토목·건설업체 KCC건설(021320)과 자동차유리 전문업체 코리아오토글라스(152330), 레저업체인 금강레저 등이 있다.

정 회장은 “실리콘 산업은 친환경소재 및 경량화소재의 수요 증가 추세에 힘입어 향후 세계 경제 성장률보다 약 2~3% 더 높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모멘티브 인수로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화장품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들의 기초 원료가 되는 실리콘 원천기술을 확보,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KCC 사업영역은 건자재부문을 포함해 도료부문과 기타부문(전자소재 등)으로 나뉘었다. 한동안 주택경기 호조로 건자재부문에서 안정적인 매출 실적을 올렸지만, 최근 조선·자동차 등 전방산업이 침체하면서 도료부문 실적이 악화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재계순위 31위에 머물면서 30대 그룹 진입에도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이 건자재와 도료 등 주력이 아닌 실리콘 등 소재 부문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KCC는 정상영(82) 명예회장이 1958년 금강스레트공업을 창립한 이후 ‘산업보국’ 기치를 내걸고 걸어온지 올해 60주년이 됐다. 금강스레트공업은 이후 ‘금강’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국가 재건을 위한 건축자재를 중심으로 사업을 꾸렸다. 이는 KCC가 종합건축자재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1974년에는 도료사업을 위해 고려화학을 세우고 자동차용·선박용·건축용 등 도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정 명예회장은 “기본에 충실하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산업보국이야말로 기업의 본질”이라고 꾸준히 강조해왔다. 정 회장은 이런 경영 이념을 물려받아 토털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씨씨인테리어’ 사업을 추진, ‘B2B’(기업 간 거래)에 이어 ‘B2C’(소비자와 기업 간 거래)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정 회장은 “주력 사업이 될 실리콘을 중심으로 첨단 소재는 물론 도료·유리·바닥재·창호 등 종합 건자재와 인테리어까지 다양한 사업 분야를 형성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