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공룡들은 다이어트 중…사업개편·인력조정 삼매경

by김성진 기자
2024.04.18 17:18:20

LG화학·롯데케미칼 일부 사업 매각 추진
희망퇴직·전환배치로 인력 효율성 개선
초호황 오지 않아…사업개편 골든타임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업황 부진에 빠진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이 일부 사업 매각 추진과 함께 인력 조정에 나섰다. 적자가 나는 사업을 정리해 수익성을 높이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글로벌 경기침체 및 중국발 공급 과잉 위기를 넘는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예전과 같은 초호황이 재현되기는 어려운 만큼 사업구조 개편의 골든타임(적기)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 여수 NCC(납사분해시설) 공장 전경.(사진=LG화학.)
1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은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일부 사업 매각 및 합작법인(JV)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전남 여수 납사분해설비(NCC)를 물적분할해 쿠웨이트석유공사(KPC)와 함께 JV를 설립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양사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지분율과 가격 등 이견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리고 있다”고 했다.

동시에 LG화학은 인력 조정 작업에도 착수했다. LG화학은 이달 말까지 첨단소재사업본부 소속 근속 5년 이상 생산기술직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특별 희망퇴직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이번 희망퇴직은 지난해 첨단소재본부 산하 IT소재사업부가 담당하던 IT 필름(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약 1조1000억원에 중국 기업에 매각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다만 IT소재사업부 외 양극재사업부, 엔지니어링소재사업부, RO멤브레인사업담당 등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첨단소재사업본부 전체적인 인력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롯데케미칼은 현재 말레이시아 대규모 석유화학제품 생산기지인 롯데케미칼 타이탄(LC타이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LC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이 2010년 1조5051억원을 투자해 말레이시아 차오그룹(지분율 70%)과 말레이시아 정부펀드인 PNB(30%)로부터 인수한 회사다. 에틸렌,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호황기에는 연간 3000억~5000억원의 이익을 내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업황 부진으로 2022년부터는 적자를 내고 있다.



인력 효율화 작업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플라스틱 원료 페트(PET)를 생산하는 울산공장 직원들의 인력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인력 재배치를 검토하는 것은 맞으나 규모와 시기 등이 결정된 것은 없으며 사업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달 초 SK이노베이션의 사업개편 등을 논의하기 위해 계열사 사장단들과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는 최태원 회장이 참석해 직접 개편 방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SK그룹은 “특정 사안을 다뤘다기보다는 SK이노베이션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이 사업구조 재편을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황이 회복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초호황기가 다시 오진 않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과거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이 본격적으로 석유화학시설을 늘리면서 수출국으로 변모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업황은 다소 회복되겠지만 이 시기야말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할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