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의 `비명` 지역구 출마 러시…갈등 격화에 지도부 난색

by이수빈 기자
2024.01.23 17:28:30

'친명' 양이원영, 비명계 양기대 지역 출마
이수진 의원도 윤영찬 의원 지역구 출마 선언
"민주당답지 않은 정치인, 바꿔야"
지도부 "본인 장점 내세워라…인신공격 자제" 당부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총선을 코앞에 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경선을 두고 당내 계파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명(親이재명)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비명(非이재명)계’ 의원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지며 이들을 직격하고 나섰다. 1월 초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등 분열 위기에 빠진 민주당으로선 총선을 앞두고 당 통합이 최우선 과제인 터라 지도부는 이에 “경쟁 상대이기 전에 당의 동지”라며 공격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차기 총선 출마 선언을 한 비례대표 의원인 양이원영(왼쪽) 의원과 이수진 의원.(사진=뉴시스)
지난 21대 총선에서 ‘환경 운동’을 대표하며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양이원영 의원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0 총선에서 경기 광명구을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명계 양기대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이다. 양이 의원이 그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적극 지지·옹호하는 행보를 보인 친명계인 만큼, 비명계 의원 지역구를 찍어서 출마를 선언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양이 의원은 “환경과 에너지 분야 전문 정치인으로 광명시와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 전국 최초로 기후 에너지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6000여명의 기후 의병이 활동하는 광명시를 저의 정치적 연고지로 직접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역 의원인 ‘비명(非이재명)계’ 양기대 의원을 맹비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양 의원을 향해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민주당답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조롱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며 “대한민국을 침몰시키는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그 책임 있는 이들이 우리 당과 여기 광명의 담장 너머에서 숨죽이고 웅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이 의원 자신은 친명계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와 정치적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며 “이재명 대표와 함께 윤석열 정권의 모든 퇴행을 저지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앞서 노동계 비례대표인 이수진 의원도 비명계 윤영찬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던 친명 후보인 현근택 변호사가 성추행 발언 논란에 휩싸이며 불출마를 선언한 지 일주일만이다.

이 의원은 전날(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성남시 중원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후보는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며 “민주당의 배신과 분열에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윤 의원을 직격했다.

‘친명(親이재명)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비명계 의원의 지역구에서 차기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당내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당 지도부는 자제를 당부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예비 후보자분들은 자신의 장점과 좋은 정책으로 당원과 지지자,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불필요한 인신공격이나 비방을 하기보다는 공정하고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경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