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수사 응원하던 민주당이…" 검수완박에 냉소짓는 법조계
by한광범 기자
2022.04.18 15:38:39
내편 ''반발''·네편 ''지지'' 이중잣대…"선택적 공정"
조국 수사 계기…"법안 배경 누가 순수하다 믿나"
부작용 고민 안보여…"형사사법체계판 내로남불"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내 편 수사엔 날을 세우고 네 편에 대한 과잉수사엔 지지를 보내던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공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 있나요.”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처리 움직임과 관련해 한 고위 법조계 인사는 18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반문했다. 과거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자녀 입시비리 수사에 대해 “과잉수사로 볼 여지가 있다”고 평가한 그였지만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선 “공정에 대한 판단 주체가 될 수 없는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법이 아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검찰 수사권 축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수사권 폐지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며 “조 전 장관 수사를 기점으로 진행된 입법인 만큼 방향성과 별개로 법안 추진 배경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사와 재판 결과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은 정치권의 오랜 구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진영의 이익에 따라 수사와 재판 결과를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며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을 배가 시켰다. 그동안 검찰 개혁이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 역시 정권 초반 이전 정권을 수사하는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패착을 반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역시 그동안 이 같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내 편`에 대한 막연한 옹호의 대표적 사건은 바로 조 전 장관 사건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조 전 장관 사건 수사 초기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력 반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에서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9억여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드루킹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은 당시 한 전 총리 대법 선고 직후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서,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 정치권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수사와 재판에 대한 평가를 하며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을 배가 시켰다. 사진은 지난 2월 국민의힘의 대검 항의방문 모습.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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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대로 상대 진영에 수사에 대해선 과잉수사엔 한없이 관대했다. 줄줄이 무죄가 선고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비롯해, 주요 혐의 16개 중 2개만 유죄로 인정됐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도 마찬가지다. ‘부적절하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안된다’는 법조계 우려에도 검찰은 14명의 전·현직 법관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 4년 가까운 시간 동안의 재판에서 판결 선고를 받은 10명 중 8명은 무죄가 선고됐고 이중 5명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당시 수사 책임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지만 비판 대신 지지만 있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수부 수사의 문제는 편향성보다는 과잉성이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거칠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특수부 검사만 중용하던 민주당 정권이 자기들 진영 수사가 시작되자 느닷없이 편향성을 주장하고 있다. 전형적인 형사사법체계판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5일 국회에 제출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검수완박법은 수사의 주체를 기존 ‘검사와 사법경찰관’에서 ‘사법경찰관’으로 변경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게 주된 내용이다. 수사공백 우려나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한 대책은 담기지 않았다. 사회적 협의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2주도 남지 않은 이달 내의 법안 처리를 공언한 상황이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민법 하나를 바꾸는 것도 1~2년의 논의 기간을 거친다. 검수완박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법안인데, 아무런 사회적 논의도 없는 상황에서 3개월 후 시행이 적시돼 있다”며 “개정안이 초래할 파장과 부작용 등에 대해 아무런 고민이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여환섭 대전고검장도 이날 대검에서 전국 고검장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권익과 관련된 기본법을 개정하며 공청회 한 번 개최하지 않고 학자나 시민단체, 변호사단체 의견을 무시한 채 2주 만에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냉정한 이성을 되찾길 기원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