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간호사 ‘귀한 몸’…코로나 이후 급여 3배 껑충

by방성훈 기자
2021.08.30 17:26:08

간호사 몸값 천정부지…1년새 주급 187만원→408만원
코로나 환자 급증에 인력난…위기수당까지 겹쳐
병원서 “장기 계약 맺자”…수천만원 보너스 제시도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간호사 이베트 팔로메케(45)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휴스턴의 메모리얼 헤르만 헬스 시스템이란 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며 시간당 45달러(약 5만 2500원)의 급여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미 텍사스주 메켈런에 위치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급 120달러(약 14만원)를 받고 있다. 불과 1년 반 동안 급여가 3배 가량 뛴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 간호사 고용시장이 크게 변했다.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간호사들의 몸값이 2~3배 가량 치솟았다. 일부 병원들은 장기 근무 계약을 체결한 간호사들에게 전례 없는 사이닝 보너스도 지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건인력 취업을 알선해주는 비비안 헬스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12월 여행 간호사(travel nurse)들의 평균 급여는 주당 1600달러(약 187만원)였다. 하지만 1년 뒤인 지난해 12월엔 3500달러(약 408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이는 팬데믹 이후 많은 간호사들이 여행 간호사를 자처, 뉴욕시 등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몰리는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바쁜 시기에 일정 기간 동안만 일하고 떠나더라도 위기 수당을 포함해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다, 어려운 지역사회를 도울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 여행 간호사로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그렇지 않아도 간호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역 편중 현상이 나타나며 간호사 부족을 호소하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던 겨울이 지난 뒤 간호사 급여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최근 델타변이 확산으로 백신 접종률이 낮은 주(州)들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달초 이직 계약을 체결한 간호사들의 주당 평균 임금은 2597달러(약 303만원)로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휴스턴에 있는 해리스 헬스 시스템은 2200명의 병상 간호직의 22%가 공석이라고 밝혔다. 이는 팬데믹 이전보다 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에 병원 측은 이달 중순 인력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모든 응급실과 중환자실 간호사 급여를 시간당 140달러(약 16만 3000원)로 인상하기로 했다.



여행 간호사로 온 인력들과 계약을 연장하거나 정규 간호사로 채용하기 위해 사이닝 보너스를 수천만원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병원도 하나둘씩 생겨났다.

미 사우스다코다주 래피드시티의 모뉴먼트 헬스 병원은 4만달러(약 4664만원), 필라델피아 템플대학 병원은 2만달러(약 2332만원), 피츠버그의 엘러게이니 헬스 네트워크는 1만 5000달러(약 1750만원), 오레곤주 벤드의 세인트 찰스 헬스 병원은 1만달러(약 1166만원)의 보너스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팬데믹이 본격화하기 전에 여행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병원 측의 추가 급여 제안에 장기 근무를 하게 된 경우도 있다. 덴버의 병원에서 일했던 간호사 레이첼 노튼은 주당 1000달러(약 117만원) 보너스 제안에 근무 연장을 수락했다.

노튼은 이후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주 병원에서도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봤으며, 팬데믹 이전에 근무했던 미 동부 지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직원도 급여도 부족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병동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과 미 간호사협회 등은 처음부터 미국 내 간호사 인력이 부족했던 만큼, 팬데믹을 계기로 급여가 정상화하고 영구적으로 재설정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간호사 부족 인력은 약 100만명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비영리 병원들은 “이러한 추가 인건비는 예산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우리는 간호사를 간절히 원한다”며 인력난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