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좀비물인데…킹덤은 ‘갓 열풍’·조선구마사는 ‘중국풍’
by김소정 기자
2021.03.23 15:57:06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SBS 새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박계옥 극본, 신경수 연출)가 첫 방송부터 역사 왜곡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22일 방송된 ‘조선구마사’에서는 태종(감우성)에 의해 봉인 당했던 서역 악령이 깨어나 조선을 잠식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졌다. 하지만 방송 중국풍 음식이 노출돼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충녕대군(장동윤)이 태종의 명을 받고, 구마 전문 신부 요한(달시 파켓)을 데리러 가는 과정에서 월병 등 중국풍 음식과 술이 등장했다.
중국풍 소품 등장에 비난이 이어지자 조선구마사 측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충녕대군이 세자인 양녕대군 대신 중국 국경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서역의 구마 사제를 데려와야 했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의주 근방(명나라 국경)’ 이라는 해당 장소를 설정했고 자막 처리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명나라를 통해서 막 조선으로 건너 온 서역의 구마사제 일행을 쉬게 하는 장소였고,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하여 소품을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양과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라며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청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 글까지 올라왔다.
온라인에서도 문제가 된 드라마 캡처가 퍼졌다. 누리꾼들은 “나서서 동북공정에 동참하는 거냐?”, “중국 애들 이거 보고 좋아할 거 생각하니 화난다”, “제작진에게 실망이다”, “작가는 굳이 중국풍 음식을 넣었어야 했냐”, “가뜩이나 중국에서 한복까지 지네꺼라고 하는 와중에 꼭 이렇게 만들었어야 했냐”, “킹덤이랑 비교된다”, “제작진의 역사 고증이 안타깝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구마사’는 방영 전부터 넷플릭스 ‘킹덤’의 뒤를 잇는 좀비물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평가는 달랐다. 먼저 지난해 3월 킹덤2가 공개되며 전 세계에 한국의 ‘갓’, ‘한복’ 열풍이 일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에는 ‘한국 드라마 킹덤의 조선 모자’라는 상품명으로 갓이 판매됐다. 또 미국 베스트 셀러 작가 존 아너 제이컵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킹덤2 감상평과 갓을 언급했는데 해당 트윗은 1200건 이상 리트윗됐다. 누리꾼들은 해외에서의 ‘갓’ 열풍을 자랑스러워했다.
킹덤2의 제작진은 시즌1보다 많은 종류의 갓과 모자를 등장시키는 등 소품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경화 의상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시즌 1에서) 한복, 갓 등 한국 의복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했다”며 “시즌 2에서는 대나무 갓과 방한용 모자 등 새로운 소품이 등장한다”라고 말했다.
또 김은희 작가도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대본을 만들었다. 특히 김 작가는 고증을 위해 민속촌을 뛰어다녔다고 한다.
김 작가의 남편 장항준 영화감독은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김은희 작가가 어느날 대동여지도를 보고 있더라. 한 판, 한 판. 킹덤에 등장하는 마을은 다 가상이다. 조선시대 지형이 지금과 다르지 않냐. (고증을 위해) 사람들의 경로를 상상 속으로 그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