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내면 자녀 입학 취소"…학부모 속여 수억원 빼돌린 해외 어학원장 징역형

by김보겸 기자
2019.06.13 15:16:12

"돈 안 내면 아들 입학 취소된다"…학부모로부터 받은 돈으로 사채빚 갚아
국제학교 학비영수증 위조해 학부모에게 건네기도
재판부 "자녀 미래 위한 학부모 마음 악용하는 등 죄질 무거워"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자녀를 필리핀으로 어학연수 보낸 한국인 학부모 등을 속여 총 2억9000여만원을 가로챈 필리핀 현지 어학원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 노진영 부장판사는 횡령·사기·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36)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하고 편취금 약 4200만원을 배상 신청인들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김씨는 2008년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며 한국인 유학생을 관리하고 상담하는 입학관리처에서 근무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아들을 해당 어학원에 입학시킨 학부모 이모씨에게 “아들이 국제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으니 예치금 150여만원을 내라”고 말한 뒤 이씨로부터 받은 현금을 본인의 사채를 갚는 등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김씨는 이씨에게 거짓말로 자녀 학비를 요구하는 등 사기 혐의도 받는다. 지난해 6월 김씨는 국제학교에 잔여 학비를 즉시 내지 않더라도 입학이 취소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남은 학비 430여만원을 내지 않으면 아들의 국제학교 입학이 취소된다”고 거짓말해 이씨로부터 돈을 받아 자신의 사채를 갚는데 쓰려고 했다. 같은 수법으로 김씨는 8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5499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받은 돈을 국제학교에 납부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학비영수증을 위조하고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인에게 미리 가지고 있던 국제학교 학비영수증 원본을 건네며 “학비를 낸 것처럼 내용을 써 달라”고 의뢰했다. 이후 김씨는 위조된 학비영수증을 피해자 이씨에게 전달해 행사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어린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어학을 교육하고자 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거짓말하며 편취·횡령한 거액을 도박에 썼다”며 “범행기간이 길고 수법이 불량하며 횟수도 많아 엄벌이 필요하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