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용석 기자
2024.11.21 14:59:24
21일 기재위원장 주최 ‘재정준칙 도입 긴급정책 간담회’
韓 “정권마다 추진한 재정준칙, 이번에는 꼭 법제화해야”
추경호 “막 퍼 쓰다가 후세대에 고통 넘겨주면 안돼”
전문가 “세계 105개국 재정준칙 운용…더 못 미뤄”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긴급정책 간담회’에서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돈을 잘 써야 하는데, 재정을 누수없이 잘 쓰기 위해서는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기재위원장이 국회 본관에서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재정준칙이 필요한 이유는 돈을 무조건 안 쓰겠다 또는 인색하게 쓰겠다는 취지가 아니다”며 “선진국 중에서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없지 않나”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당 핵심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재정준칙이란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는 21대 국회부터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내에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만들고 법제화도 추진 중이나, 야당의 반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한 대표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한 단계 높은 나라가 되기 위한 숙제다. 모든 정부가 재정준칙 필요성을 역설했다”며 “예산철을 앞두고 예산을 더 잘짜고 잘쓰겠다는 의지를 밝힐 겸, 정권마다 추진해온 재정준칙을 이번에는 한번 법제화 해보자는 마음으로 토론회가 마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취지 공감하고 국민의힘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부연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직접 재정준칙을 추진했던 추경호 원내대표는 “개인이든 가정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경제 부문의 위기는 과다한 빚에서 항상 시작되고 고통을 받는다”며 “정치권에서 선거를 겨냥하고 표를 의식하다 보니 선심성 정책이 난무하고 일정기간은 정권 유지 및 선거를 이기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나, (과도한 빚으로)나라도 골병, 기업도 골병, 국가는 위기에 봉착하는 상황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재정준칙은)돈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 아니다. 제대로 쓰되 알뜰하게 소중한 줄 알고 빚이 무서운 줄 알고 쓰자는 것”이라며 “막 퍼 쓰다가 나만 빚잔치하고 후세대에게 고통을 넘겨주면 안된다. 이른 시간내 재정준칙이 법제화 되도록 여야 전향적 협조 당부한다”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재정준칙이 도입되면 재정의 역할을 제약한다는 우려가 있으나, 재정운용의 예측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이 제고되어 재정 본연의 역할을 더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속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100년 갈 재정준칙이 하루빨리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옥동성 인천대 명예교수 역시 모두 재정준칙 법제화에 힘을 실었다.
김우철 교수는 “현재 재정 상황은 준칙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만큼의 위급한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재정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하지 않으면 대규모 적자를 막기가 매우 어렵다”며 “현 재정준칙은 경제난이 있거나 대량실업, 자연재해가 있다면 재정적자를 (GDP 대비)3%를 넘길 수도 있도록 했다. 매우 유연한 형태고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이강구 연구위원은 “2022년 기준 세계 105개국에서 재정준칙을 하나 이상 운영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8개국 중에서는 35개국이 운영 중”이라며 “재정준칙 설계단계에서 이를 잘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옥동석 인천대 명예교수는 “좌파는 세금을 많이 걷어서 많이 쓰겠다는 것이고, 우파는 적게 거둬서 적게 쓰자는 것”이라며 “이것으로 경쟁을 해야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은 정말 나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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