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벨라루스, 나토 정상회의 맞춰 폴란드 국경서 군사훈련

by방성훈 기자
2024.07.09 17:13:25

"폴란드 국경 인근 브레스트서 합동 군사훈련 진행중"
우크라 대통령 폴란드 방문일·나토 정상회의 하루前
서방 군사동맹 견제 의도…중국군 동유럽 진출 주목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과 벨라루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합동 군사훈련을 개시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 지역을 둘러싸고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인민군이 벨라루스에 도착해 짐을 나르는 모습. (사진=벨라루스 국방부)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CNN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과 벨라루스 국방부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폴란드 국경 인근 도시 브레스트 근처에서 ‘어태킹 팔콘’(Attacking Falcon)이라는 작전명의 합동 군사훈련이 진행중이라고 발표했다. 브레스트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불과 200㎞, 우크라이나의 북부 국경과는 약 50㎞ 떨어진 곳이다. 훈련 기간은 전날부터 오는 19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이번 합동 군사훈련은 벨라루스가 지난 4일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실시됐다. 중국과 벨라루스는 “테러 방지 작전”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그동안 외교·안보 측면에서 큰 협력이나 접점이 많지 않았던 두 국가가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와 러시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접경국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 지원해 사실상 참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지원 강화에 반발해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최우방국으로 꼽히는 두 국가가 나토 회원국이자 유럽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폴란드 국경 인근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은 나토와 러시아의 군사 충돌이 현실화했을 때 대립 구도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훈련 개시일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일이자 나토 정상회의 75주년을 하루 앞둔 시기다. 서방의 군사 동맹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나토 32개 회원국 정상들은 9~11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추가적인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서방에 맞서 군사적 야욕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인민군은 지난 3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독립 8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도 참가했다. 또한 중국은 대만 침공 가능성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군대를 파견한 것에 대해 “위협적”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우크라이나 매체는 “폴란드 대통령이 최근 중국을 방문했을 때 환영을 받았던 것과 상반되는 움직임”이라며 “중국이 얼마나 진심인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 “브레스트는 중국이 유럽연합(EU)과의 무역을 위한 첫 육로 관문이자 허브이기도 하다. 폴란드는 중국의 관세 회피를 우려해 중국으로의 철도 운송을 줄이고 있는 반면, 중국은 늘리려고 하는데 이 역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CNN은 벨라루스가 자국에 입국한 제3국 난민들을 브레스트로 몰아 넣어 무기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