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리바바 장융, 클라우드 사업에서 '돌연 사임'

by이소현 기자
2023.09.11 17:23:36

알리바바그룹, 구체적 이유 없이 사임 발표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 발표한 지 2개월 만
'알리바바 공로자' 명예 칭호…"계속 기여할 것"
'10억달러' 기술펀드 운용해 그룹과 인연 계속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중국 빅테크 기업인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사업부를 이끌던 장융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사임했다. 새 경영진은 마윈 창업자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8년간 그룹을 이끌었던 장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완전한 ‘포스트 마윈’ 2기 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와 더불어, 중국 당국의 규제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체제 개편, 마윈 창업자가 그룹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확보하려는 시도 등의 해석이 나온다. 향후 그룹 경영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장융 알리바바그룹 회장 겸 CEO가 2019년 10월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알리바바 그룹과 유니버설 베이징 리조트의 전략적 파트너십 발표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AFP)


11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은 전날 전 직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차이충신 알리바바 부회장이 회장으로, 우융밍 전자상거래 부문 책임자가 CEO로 각각 교체됐다고 밝혔다. 또한 장 회장의 요청에 따라 그가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그룹 책임자 자리에서도 물러난다고 전했다. 장 회장은 당초 알리바바 회장 겸 CEO에서 물러난 뒤 내년 상장을 목표로 분사를 앞둔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그룹 회장직을 맡을 예정이었다. 이 자리도 우융밍 신임 CEO가 맡게 됐다.

앞서 알리바바는 지난 3월 회사를 인공지능(AI) 개발을 포함한 클라우드인텔리전스 그룹 등을 포함한 6개 사업부로 나누는 ‘1+6+N’ 조직혁신안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 6월 조직 개편을 수행하기 위한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고, 장 회장은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그룹 CEO와 회장직을 내놓았다. 당시 그는 사내 서한에서 “클라우드 사업 분사는 기업의 상승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점에 있다”며 “여기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였던 장 회장의 사임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다. 알리바바는 장 회장이 갑작스레 사임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대신 서한에서 “지난 16년간 알리바바에 기여한 장 회장에 감사를 표한다”며 ‘알리바바 공로자’라는 명예 칭호를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이 알리바바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그는 알리바바가 새로 설립한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 규모의 기술펀드 운용을 맡으면서 인연은 계속 이어나갈 전망이다. 차이 회장은 서한에서 “장 회장은 자신의 전문 지식을 다른 방식으로 제공함으로써 계속 알리바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언론들은 “장융의 시대가 끝났다”고 평가했다. 장 회장은 2007년 알리바바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한 이후 2009년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를 기획해 마윈 창업자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8년간 CEO로서 그룹을 이끌었다.

알리바바그룹의 차이충신(왼쪽부터)회장과 우융밍 최고경영자(CEO)(사진=알리바바그룹)
알리바바그룹 경영진 인사 계획에 따라 이날 수뇌부 교체도 마무리됐다. 차이충신 그룹 부회장이 회장을, 우융밍 전자상거래 책임자가 그룹 CEO 직책을 맡게 됐다. 차이 회장은 전 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룹의 경영권 이양이 예정대로 완료됐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물류, 온라인 쇼핑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분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장 회장의 뒤를 잇게 된 경영진은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2021년 중국 정부의 규제 이후 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룹을 회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윈 창업자의 측근들이 공식적으로 그룹 수장을 맡게 되면서 그의 존재감이 더 커질 전망이다. 회사 내부자들을 비롯한 일각에선 마윈 창업자가 측근을 새 경영진에 임명하면서 그룹에 대한 통제권을 쥐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마윈 창업자는 2020년 10월 당국 규제를 비판한 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 3월 중국으로 돌아왔고 지난 5월엔 알리바바 경영진과 만나 소규모 내부 회의를 열고 사실상 경영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장 회장의 돌연 사임 발표는 알리바바의 조직개편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싱크탱크 하이툰의 리청동 대표는 로이터에 “장 회장의 퇴사는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국영 통신사와 화웨이 테크놀로지스와의 경쟁이 심화하고 규제 환경이 엄격해짐에 따라 내린 개인적인 결정으로 보인다”며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정부 및 국영 기업 고객과의 관계에서 입지를 잃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의 ‘깜짝 퇴사’가 알려지자 홍콩증시에서 알리바바의 주가가 한때 4% 이상 하락해 3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투자자들이 알리바바의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이커머스 이후 최대 사업인 클라우드 사업에 대한 파급효과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로널드 쿵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클라우드 사업에서 리더십 교체 발표는 시장에 놀라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