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차단 없이 에어컨 켰다가"…이천 화재, 결국 '인재'

by김민정 기자
2022.09.13 20:31:33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지난 8월 5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 병원 화재는 결국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오전 10시 20분께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의 한 병원 건물에서 불이 났다. 간호사와 환자 등 5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남부경찰청은 13일 중간수사 보고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철거업자 A(59)씨를 구속하고 다른 철거업자 등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수사 보고에 따르면 A씨 등 철거업자 3명은 화재 당일인 지난달 5일 오전 7시 10분께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3층에 있는 스크린 골프장에서 철거 작업에 나섰다.

화재를 촉발한 건 냉방기기의 배수펌프 전원코드였다. 철거 작업을 할 경우 전기를 차단해야 하지만 이들은 당시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현장에 있던 선풍기와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작동했다.

이후 골프장 4개의 방 중 1번 방에 설치돼 있던 냉방기기 배수펌프 전원코드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은 사실상 창고로 사용돼 온 곳으로 습기와 먼지가 많이 쌓여 화재 위험이 높은 상태였다.

결국 철거를 앞두고 있던 이 골프장에서 오랜 기간 쓰지 않던 선풍기와 에어컨을 켜자 스파크가 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지난 5일 경기도 이천시 학산빌딩 화재 당시 투석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간호사 현은경 씨의 발인이 7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A씨 등이 소화기로 방화문을 열어 고정시킨 후 작업을 하다 불이 나자 그대로 두고 대피하는 바람에 불이 4층으로 빠르게 확산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철거업자 중 1명은 무자격자였다”고도 했다.

이번 화재로 투석전문 병원에 있던 간호사와 4명의 환자 등 5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쳤다.

이번 수사에서는 현은경 간호사를 비롯한 10여 명의 병원 관계자들이 33명의 투석 환자를 대피시키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한 사실도 병원 내에 설치돼 있던 CCTV를 통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의료진들은 투석기에 달린 줄을 잘라내고 필요한 조처를 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은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CCTV 등을 관계기관에 제공한 바 없으나, 보건복지부 등이 필요로 한다면 검찰과 협의해 제공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찰은 A씨를 구속하고, 불구속 한 6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범죄사실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