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모습 그대로네"…70년 헤어짐에도 한눈에 알아보는 이산가족

by원다연 기자
2018.08.24 17:03:19

마주하자마자 부둥켜안고 눈물바다
北보장성원 "가족간 편하게 상봉하게 해달라"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측 량차옥 할머니와 남측 양순옥, 양계옥, 양경옥, 양성옥, 양영옥 등 6자매가 만나 눈물을 흘리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금강산 공동취재단] “아버지 모습 그대로네.”

24일 오후 3시 15분쯤부터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가 시작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70여년간 떨어졌던 남북 가족들이 단번에 서로를 알아보고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북측의 언니 량차옥(82)씨를 만난 양영옥(77)씨는 “들어오는데 언니 모습을 알아보겠더라”며 “언니도 역시 아버지를 닮아서 인물이 좋다”며 언니 손을 붙잡고 살갑게 이야기를 건넸다. 남측에서 온 또 다른 동생 양계옥(79)씨는 “아버지가 편지를 살 쓰셨다”며 부모님이 그리운 언니에게 아버지의 편지를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권혁빈(86)씨도 형 권혁만(86)씨가 면회소로 들어오자 단번에 알아봤다. 권씨는 혁만씨가 딸 권순숙(57)씨의 부축을 받으며 면회소로 들어서자 “저거 형님 아니냐”며 형님에게로 다가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70여년만에 서로를 다시 마주한 형제는 한눈에 알아봤다고 반가워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북측의 조카 안세민(80)씨를 만난 안경숙(89)씨도 단번에 조카를 알아보고 ‘세민아’라고 이름을 불렀다. 안경숙씨는 세민씨가 면회소로 들어서자 달려가 조카를 끌어안았으며 조카는 고모의 모습에 오열했다.



북측의 이부누나를 만나는 황보우영(69)씨는 누나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렸다. 황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며 누나에게 꼭 주라고 했던 자수를 상봉장에 들고 나왔다. 누나 리근숙(94)씨 역시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며 황보씨를 끌어안고 눈물만 흘렸다.

이번 상봉에서 유일하게 부자간 만나게 된 조덕용(88)씨와 조정기(67)씨도 서로를 마주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북측의 아들 조씨는 “살아계시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이산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면회소에 나온 북측의 보장성원(지원인력)들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북측 보장성원들은 상봉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사진기자들에게 “가족간 편하게 상봉할 수 있게 해달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이날 남북 이산가족은 2시간 가량의 단체상봉 뒤 휴식을 취한 뒤 오후 7시부터 2시간 가량 환영만찬에 참석한다. 이들은 26일까지 2박 3일간 모두 6차례, 12시간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