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카지노 도시..위태로운 금융 허브

by김대웅 기자
2016.10.10 15:27:13

명암 갈리는 中 양대 관광도시

대형 호텔과 카지노가 즐비한 마카오(사진=바이두).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세계최대 카지노의 도시 마카오가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카지노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선데다 경기 진작을 위한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반면 마카오와 함께 양대 관광 허브로 불리던 홍콩은 민주화 시위로 중국 정부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경제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10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마카오에서 열리는 중국-포르투갈 경제무역협력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사흘간 마카오를 공식 방문한다. 중국 총리로는 지난 2010년 11월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방문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리 총리는 포럼 외에도 페르난도 추이(崔世安) 마카오 행정장관을 비롯한 정부관료의 업무 보고를 청취하고 각계 인사들과 만난다. 이에 따라 마카오 현지에서는 리 총리가 마카오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를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리 총리 방문을 계기로 카지노 산업 등 마카오 경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제기될 것이란 기대다.

마카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거센 반부패 운동으로 인해 경기 부진이 수년째 이어져 왔다. 마카오의 역내총생산(GDP)은 지난 2014년 3분기부터 8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GDP는 전년 대비 20% 급감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의 부패 척결 조치와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마카오의 핵심 산업인 카지노가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마카오의 카지노 수입은 반부패 단속 여파로 2014년 6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 7월까지 2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마카오의 카지노 수입은 최근 두달 연속 증가하며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마카오 도박감찰협조국에 따르면 9월 마카오의 카지노 수입은 183억9600만 파타카(약 2조543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7.4% 증가했다. 증가율 역시 전월 기록한 1.1%보다 훌쩍 높아졌고 시장 예상치도 상회했다.



여기에는 새로 생긴 대형 카지노 리조트가 관광객 증가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마카오에서는 지난 8월 복합리조트 윈 팰리스(Wynn Palace)가 개장한 데 이어 지난달 파리지앵(Parisian)이 개장했다. 동시에 마카오는 위기 탈출을 위해 전략을 바꿨다. 고액 베팅에 나서는 VIP 고객 뿐 아니라 중산층 관광객들을 끌어오기 위한 대책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최근 마카오는 관광과 카지노를 동시에 즐기려는 중국인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카지노 업계가 신규 복합리조트 개장을 계기로 VIP 고객에 대한 대출 확대와 숙박료 할인 등 고객 유치 노력을 하고 있어 이달에도 카지노 수입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 지아화그룹 뤼즈허 회장은 “카지노 산업을 낙관적으로 본다”며 “과거처럼 대부호들이 수시로 찾던 모습은 사라졌지만 마카오 카지노 산업은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카오와 함께 중국 관광의 양대 축인 홍콩은 상황이 정반대다. 관광객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고 물류 사업의 비중도 상당 부분 중국 본토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금융 허브로서의 기능도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의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에 늘어선 고급 보석점들은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는 게 주요 외신들의 설명이다. 시진핑 정부가 ‘사치 금지령’을 내린 이후 명품 상점 4개 중 1개가 문을 닫았다.

여기에 최근 들어 홍콩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자 중국 정부가 각종 견제에 나서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실시된 홍콩 입법회 의원 선거에서 독립 의지를 피력한 후보들이 다수 당선되면서 중국 정부는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홍콩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현재 적용되고 있는 각종 우대정책이 사라질 경우 금융 허브로서의 기능도 상실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홍콩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0.8%로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2분기에는 1.7%로 나아졌지만 여전히 수출과 소비가 취약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