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대웅 기자
2016.05.02 15:54:12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세계 최대 에어콘 생산업체인 중국 거리전기(格力電器)가 지난해 실적이 부진하자 둥밍주(董明珠·62) 회장이 위기론 진화를 위해 직접 나섰다. 일시적인 성장 둔화라는 설명이지만 일각에선 둥 회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거리전기의 2015년 매출은 977억위안(약 17조원)으로 전년 대비 29% 급감했다. 순이익은 11.5% 감소한 125억위안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줄어든 것이다.
심상치 않은 위기감이 감돌자 이 회사의 수장이자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으로 꼽히는 둥밍주 회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최근 3년간 매출이 200억위안씩 증가한 뒤 숨고르기 기간에 접어든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둥 회장은 “매출이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이익률은 상승하고 있고 이는 경영관리의 효율성 향상에서 온 것”이라며 “그간 성장기를 거치며 7개의 연구소와 800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을 확보한 만큼 일시적인 실적 부진으로 전혀 긴장하거나 당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에어콘 업계는 경기둔화의 압력과 함께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2015년 중국 가정용 에어콘 생산은 1억385만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12% 감소했고, 판매량 역시 1660만대에 그치며 8.6% 줄었다. 중국 에어콘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에어콘 시장의 전체 규모는 660억위안으로 9.6% 감소한 가운데 환경보호 및 스마트 가전 제품 등이 부각되며 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거리전기는 오히려 연구개발(R&D)에 더욱 비중을 실었다. 그러면서 에어콘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활가전인 압력밥솥, 주방용 환풍기 등으로도 발을 넓혔다. 스마트 가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휴대폰 앱을 연결해 에너지 사용, 공기, 물 사용, 조명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