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급발진 아니었다…'시청역 역주행' 운전자 금고 5년 확정
by성주원 기자
2025.12.04 10:57:27
14명 사상 참사…60대 운전자 형량 최종 확정
대법, 쌍방 상고 기각…2심 판결 그대로 유지
"상상적 경합 타당…급발진 아닌 페달 오조작"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지난해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9명의 사망자를 낸 역주행 사고 운전자에 대해 금고 5년형이 확정됐다.
| |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해 7월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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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4일 오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차모(69)씨 상고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2심에서 선고된 금고 5년이 최종 확정됐다.
차씨는 지난해 7월 1일 오후 9시26분께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온 후 제동페달이 아닌 가속페달을 반복적으로 밟아 제한속도를 초과한 상태로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숨지게 하고 5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검사는 2심이 이 사건 사고를 상상적 경합으로 본 것에 불복해 상고했다. 검사 측은 이 사건 사고가 하나의 운전행위로 발생한 것인지 여부를 쟁점으로 상고했다.
이에 대법원은 “피해자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사고는 사회관념상 하나의 운전행위로 인한 것으로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죄수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1심은 각 사망·상해 사고를 별개 범죄로 보고 실체적 경합을 적용해 차씨에게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실체적 경합은 여러 행위가 각각 다른 죄를 구성하는 경우로, 각 죄의 형을 합산해 처벌한다.
그러나 2심은 “구성요건적 실행행위가 단일하고, 동일한 행위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며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했다.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 가장 무거운 죄의 형으로 처벌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2심은 법이 허용하는 처단형 상한인 금고 5년을 선고했다.
차씨는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다. 피고인 측은 “ECU(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오류로 엔진 스로틀밸브가 100% 개방되고 제동장치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1·2심 재판부는 피고인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를 근거로 가속페달 오조작으로 결론 내렸다. EDR 데이터에 따르면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0초까지 제동페달 작동은 모두 ‘OFF’ 상태였고, 가속페달 변위량은 대부분 99%로 기록됐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EDR 데이터를 교통사고 분석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결과 실제 사고 상황과 일치했다”며 “목격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피고인 차량이 급가속한 시점부터 충돌·정차까지 제동등이 점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차씨는 2심 과정에서 가입한 보험을 통해 5명의 사망자 유족 및 4명의 상해 피해자와 합의했다. 그러나 4명의 사망자 유족 및 1명의 피해자와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심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로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상해를 입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일부 유족에게 지급된 보험금만으로는 피해가 온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인도를 걷던 행인 12명이 사망 또는 상해 피해를 입었고,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충격하면서 옆 차량까지 연쇄 충돌해 승용차 운전자 2명도 다쳤다.
| | 지난해 7월 2일 오전, 전날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 글이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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