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영방송 다큐, 韓 민주주의 왜곡 논란
by김현아 기자
2025.03.06 12:55:38
시민단체 “극우 세력 주장 확대, 유럽 냉전 선입견 부활”
ARD와 ZDF에 공식 사과 요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6일(현지시간) 독일의 공영방송 ARD와 ZDF에서 방송 예정인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코리아 - 중국과 북한의 그늘에 가려진 국가 위기(INSIDE SUDKOREA - STAATSKRISE IM SCHATTEN VON CHINA UND NORDKOREA)>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다큐멘터리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극도로 편향되고 왜곡된 시각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전문채널 Poenix의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21조넷)’는 이 다큐멘터리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21조넷에는 사단법인 오픈넷, 서울인권영화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참여하고 있다.
 | Poenix의 웹사이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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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외국 언론 보도에서 한국의 주요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많았지만, 이처럼 허위 정보에 가까운 콘텐츠는 처음 본다고 밝혔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가 유럽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ARD와 ZDF에서 방송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했다.
21조넷은 해당 다큐멘터리가 대립하는 두 주장 중 하나인 극우 세력의 주장에만 집중하고, 그들의 허위 주장과 망상에 근거한 내용을 과도하게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극우 인물들의 인터뷰 비중이 압도적이며, 신뢰할 수 없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근거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과장해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큐멘터리는 유럽 냉전 시대의 동아시아에 대한 선입견을 부활시켰다고 비판했다. 한국을 “중국-북한-극좌 야당의 은밀한 정치적 동맹”과 “미국-일본-여당”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로 바라보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중국과 북한의 공산주의 세력이 한국을 장악하려는 ‘전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입법부와 사법부의 정당성까지 의문시하며, 유럽 시청자들에게 한국을 민주주의 후진국으로 인식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21조넷은 “한국의 중요한 사태를 다룬 외국 언론 보도의 본래 목적을 넘어, 극우 세력의 주장을 사실처럼 확대하고 왜곡했다”면서 ARD와 ZDF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1980년 광주민주화 항쟁을 최초로 보도한 ARD의 특파원 힌츠페터 기자의 용기를 기억하며, 이번 다큐멘터리가 그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 세계에 알린 한국 민주주의 투쟁의 역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