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도 극우 돌풍…2차대전 후 첫 나치계열 자유당 승리(종합)

by양지윤 기자
2024.09.30 17:18:57

나치 부역자들 세운 자유당, 총선 승리
네덜란드·프랑스·독일 이어 극우 세력 확장
이민·우크라 지원 반대
EU 회원국, 극우 바람에 분열 가능성 커져

[이데일리 양지윤 김윤지 기자] 유럽에 불어닥친 극우 열풍이 오스트리아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극우 정당 자유당이 승리를 거머쥐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총리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헤르베르트 키클 오스트리아 자유당 대표가 29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자유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개표 결과가 나오자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의회 선거 개표율이 97%가 넘은 가운데 자유당이 28.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당을 차지했다. 중도 보수 성향의 국민당이 26.3%,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이 21.1%로 뒤를 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극우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대표는 총선 승리를 선언했다. 지난 70년 동안 오스트리아 정치를 지배한 국민당 소속 카를 네함머 총리는 출구조사 발표 이후 총선 패배를 인정했다. 앞선 여론 조사에서 자유당은 집권 국민당을 상대로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했다.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대표는 “우리는 오늘 함께 오스트리아 역사를 만들었다”며 “우리는 정부를 이끌 준비가 돼 있고, 시민들과 함께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당은 1950년대 전직 나치 친위대(SS) 출신들이 세운 극우 성향 정당이다. 창당 이후 줄곧 비주류에 머무르다가 2017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 도약했다. 2021년 당권을 쥔 키클 대표는 이민 반대, 코로나19 시기 정부의 엄격한 방역 정책 반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 반대 등을 주장하며 득세했다. 자유당의 승리로 오스트리아는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에 이어 극우 정치 세력의 지지율이 급증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하나가 됐다.



다만 자유당이 1당을 차지하더라도 과반 의석 확보는 어려워 연정을 위한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스트리아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장관과 총리를 최종적으로 지명하는데,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이 키클 대표를 총리로 지명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유당 역시 연정 파트너가 될 정당을 찾는 데에도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네함머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을 제외하고는 사회민주당, 네오당, 녹색당 등은 모두 자유당과의 협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네함머 총리가 사회민주당, 네오스 등과 연정을 구성해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단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3당 연정에 성공하더라도 오스트리아 내 극우 흐름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에서 극우 정당이 세를 확장하면서 EU 회원국이 분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2022년 9월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승리를 거뒀고, 지난해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극우성향 자유당이 1위를 거머쥐었다. 지난 6월 EU 의회 선거에서도 극우 정당과 강영 우파가 전체 의석의 23.2%를 가져갔다.

로이터는 “이 같은 흐름이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 지원과 같은 정책에서 EU 내부의 분열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