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소비진작 재정지출 병행…브레이크·엑셀 같이 밟는 꼴"

by원다연 기자
2020.10.08 14:54:03

이인호 경제학회장 '코로나19 경제위기와 한국경제의 진로' 기조연설
"경기 회복시 적극적 재정 위해 재정 자원 아껴둬야"
"한국판뉴딜 중장기 방향서 중요…혁신은 민간에 맡겨야"
"경제정책, 목적 당위성 뿐 아니라 수단 적합성 고민해야"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은 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국경제학회 및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공동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은 8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소비 진작을 위해 재정을 지출하는 것은 브레이크와 엑셀러레이터를 동시에 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인호 회장은 이날 오후 한국경제학회와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공동으로 ‘코로나19 경제위기와 한국경제의 진로’를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단기 경제정책에 있어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전혀 이의가 없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시장 문을 닫아놓고 거기에 돈을 퍼붓는 것은 브레이크와 엑셀러레이터를 동시에 밟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상황이라면 코로나19로 파산이나 불연속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제 주체들에 대한 보호 측면에서 재정 자원을 최대한 아껴쓰는 식으로 재정정책을 진행하는 게 좋다”며 “경기 회복시 재정 정책이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원을 모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소비 진작을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재정 지출에 대해서 “소비에 재정 지출을 하면 없어지는 것인데 그로 인한 재정 적자로 향후에 세수가 늘어난다는 주장은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물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과 소비를 위한 지출은 구별되어야 하지만, 흔히 이야기해서 ‘나눠주기식’ 재정 지출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장기적인 경제정책으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이 중요하다고 봤다. 다만 정부 중심으로 혁신을 이끌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재정을 가지고 혁신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며 “혁신은 민간의 창의력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재정은 혁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지털뉴딜 자체만으로 고용 창출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디지털뉴딜을 통해 다른 산업 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포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디지털 기술은 몇 사람의 천재만으로도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이 자체로 고용 효과는 크지 않다”며 “디지털 뉴딜로 경제 성장이 이뤄지면 그 수준에 맞춰 서비스, 교육, 금융 등 여타 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경제 정책에 있어 당위적 목적보다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 적절한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경제 문제에서는 최선책을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차선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서 그 정책의 목적이 얼마나 당위적으로 뛰어난가하는 점도 중요하지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