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 꺼내자마자 또 北미사일..‘새벽잠’ 설치는 文의 고심

by김영환 기자
2019.08.06 15:11:57

‘평화경제’ 언급 다음날 北 단거리 미사일로 도발
靑, 안보실장 주재 관계장관회의로 대응 수준 유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일 문재일 대통령의 ‘새벽잠’을 깨우면서 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응책 마련이 분주한 청와대로서는 북한의 잦은 도발이 부담일 수밖에 없어서다.

합동참모본부는 6일 “오늘 오전 5시 24분경, 오전 5시 36분경 북한이 황해남도 과일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과 31일, 지난 2일에 이어 13일 만에 네 차례나 발사체를 쏘아올리며 우리를 도발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판문점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잠 깨지 않도록 확인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완벽하게 파기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유감 표명의 저강도 대응을 해온 청와대로서는 보다 강도 높은 대응을 고민할 시점이 온 셈이다.

더욱이 전날인 5일 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 보복 사태와 관련해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일본 경제를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 직후여서 북한의 도발은 의도성이 짙어보인다. 남북간 경협으로 손을 내민 문 대통령에 무안을 주는 모양새다.

북한 외무성은 미사일 도발 이후 이례적으로 담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했다. 야권을 위시한 여론이 우리 군에 보다 강도높은 대응을 주문하고 있어 청와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부터 줄곧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왔지만 지난 6월30일 남북미 정상이 만나 북미 실무협상에 합의하고도 도발을 이어가면서 북한이 ‘새로운 길’ 카드를 점차 수면 위로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평화체제 구축 노력에 먹구름이 몰려드는 셈이다.

청와대는 이전의 도발과 큰 변화 없는 모습으로 이날도 대응에 나섰다. 약 2시간 만인 오전 7시 30분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도록 하는 등 신속한 대처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대신 정 실장이 주재하는 NSC 상임위나 관계장관 회의로 대응 수위를 유지한 것이다.

여전히 북한에 대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비핵화의 목표 조기 달성하고 남북이 공동번영을 이룰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역시 대화 기조 유지에는 비슷한 입장이다. 북한 외무성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